[인터뷰] ‘순정’ 도경수, 반할 수밖에 없는 솔직담백한 배우

입력 2016-02-12 0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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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밀리언셀러, 2015 MAMA 4관왕, 2016 골든디스크 음반 대상 및 3관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 엑소가 최근 세운 기록들이다.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차트 줄 세우기는 기본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게 이슈가 될 정도로 ‘핫’하다.

이러한 엑소의 멤버 도경수(디오)가 영화 ‘순정’을 통해 배우로서 처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아시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인기 아이돌과의 만남에 소극적인 인터뷰이를 예상했다. 수많은 팬들과 대중이 정한 ‘이미지’에 갇혀 조심스러워하는 ‘연기돌’ 혹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앞서 몇 차례 겪었기 때문.

그러나 이는 기우와 선입견에 불과했다. 도경수는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진솔했다.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솔직담백했다. 큰 눈을 깜빡이며 말하는 모습은 그가 ‘순정’에서 연기한 범실과 많이 닮았다.


Q. 엑소 멤버들 없이 혼자 인터뷰하는 소감은.

A. 평소 말이 없는 편인데다 인터뷰 할 때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사실 지금도 많이 긴장돼요. 소속사에서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따로 없었는데 ‘자유롭게 하되 너무 솔직하게만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좋은 경험이 되겠죠.


Q. 첫 주연작 ‘순정’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A. 저도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사투리도 감정 표현도 많이 아쉬웠어요. 전라도 사투리를 잘 모르는 분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전라도 분들이 이 사투리를 들었을 때 어떨까’ 싶더라고요. 제가 들을 때도 어색한 장면이 많았어요.

연기적인 면에서도 아쉬워요. 제 안에서는 100%로의 감정을 다 느끼고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스크린에 그대로 표현이 안 된 것 같아요. ‘보는 분들이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Q. 실제 도경수와 범실 사이에 닮은 면이 있나.

A. 범실이와 닮은 면은 딱 하나에요. 수옥이(김소현)을 위해서 아무것도 안 보고 달려드는 모습은 제 자신과 많이 비슷해요. 저도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스타일이라서요. 열일곱살 때는 범실에 가까웠어요. 그렇지만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면서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편으로 많이 변했어요. 그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에 한계가 있었지만 사회에서 많은 사람을 접하다보니까 많이 변했죠.

범실과 달리 지금의 저는 부끄러워한다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못 한다든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어떤 이’가 있다면 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Q. 지켜보는 팬들이 많은데. 바람대로 좋아하는 ‘어떤 이’에게 속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A. 지금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할 것 같아요.

물론 공인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연애와 여행뿐 아니라 그냥 거리를 걷는 것도 못해요. 그런 사소한 것들이 되게 아쉬워요. 하지만 공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그것으로 위안이 돼요.


Q. 다섯 친구들 사이에서 나이로는 형이지만 연기자로서 경력은 막내였다.

A. 동생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간다든지 그런 조그마한 것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제가 형이라고 해서 ‘리더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동생들이 배려를 많이 해줘서 고마웠어요. 현장에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죠. 이번 ‘순정’을 하면서 ‘형’이라는 책임감을 많이 배웠어요.


Q. 지금 자연스럽게 차기작인 영화 ‘형’도 홍보가 되고 있다.

A. (놀라며) 아…. 그렇네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하하.


Q. 전남 고흥에서의 현장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A.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다 에피소드에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뜨거운 날씨여서 모두 힘들어했는데요. 스태프들이 햇빛을 가려주는 등 배려를 많이 해준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죠.

비가 와서 촬영이 취소될 때는 다 같이 바다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개덕이(이다윗) 삼돌이(연준석)와 함께 남자 셋이서 먹고 자고 놀고 그랬거든요. 개덕이와는 샤워를 같이 했는데 삼돌이는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삼돌이가 씻고 있을 때 제가 문을 확 열었죠. 그 이후부터는 셋이서 같이 샤워했어요. 하하.


Q. 기자간담회에서 술 이야기도 나왔는데 술을 잘 마시나.

A. 아직 제 주량을 잘 모르겠어요. 술을 어느 정도 마시면 제가 안 마시거든요. 소주는 특유의 향 때문에 못 마시지만 맥주는 좋아해요. 형들(이광수 조인성 등)이랑 있을 때는 폭탄주를 마셔요. 술 마시면서 일상적인 사는 이야기부터 연기에 대한 생각 등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Q. 수중 촬영도 있었다. 촬영장에서 바다 수영까지 할 정도면 수영을 잘 하는 편인가.

A. 수중 촬영을 위해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기도 했는데요. 촬영할 때 힘들지 않고 정말 재밌었어요. 사실 자유형도 못해요. 그렇지만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두려움이 있으면 물 속에서 연기할 때 감정에 방해받잖아요. 그리고 제가 폐활량이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덕분에 촬영할 때 패널티를 안 받았어요(웃음).



Q. 극 중 첫사랑인 김소현과의 멜로 라인에 아쉬움은 없나.

A. 표현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우산 키스신에서 범실이가 수옥이에게 ‘내가 널 업고 다닐 것’이라고 하잖아요. 그때 조금 더 표현했으면 관객들이 더 느끼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렇지만 지금의 ‘순정’이 적절한 것 같아요. 수옥이와의 사랑도 친구들과의 우정도 잘 보이는 딱 맞는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수옥이와 범실이에 너무 치중됐다면 영화에 방해됐을 것 같아요.


Q. 실제로는 열아홉에 첫사랑을 했다고 하던데.

A.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수의 꿈을 꾸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가 저의 ‘순정’이었죠. 짝사랑은 아니고 첫사랑을 느꼈지만 풋풋하고 좋은 첫사랑보다는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더 많이 남았어요. 그때의 감정이 이번 영화에 도움이 됐어요.


Q. 본인이 생각하는 첫사랑의 기준은 무엇인가.

A. 저도 아직 ‘첫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음…. 지금 제가 스물네살이잖아요. 살아오면서 ‘사랑’이라고 느껴본, 지금의 제가 생각한 ‘그때’가 첫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첫사랑’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Q. 연기에 경험이 많이 녹아있는 듯하다. 연기 트레이닝을 따로 받은 적이 있나.

A. 두 번 정도 이론 레슨을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점점 부자연스러워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무언가를 만들어서 하는 듯한 느낌이요. 그래서 ‘레슨을 안 받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대사와 상황만 숙지하고 상대방의 눈과 표정 행동 말투를 보면서 연기했어요. 현장에서 많이 배웠어요.


Q. 엑소 멤버들도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서로 조언을 주고받나.

A. 멤버들과 연기 이야기를 안 해요. 다들 연기에 있어서 경험도 많이 없고 신인이잖아요. ‘내가 뭐라고 조언을 하나’ 싶은 거죠. 응원을 많이 해줘요. ‘다치지 말고 찍고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기도 하고요.


Q.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 본인의 의견은 어느 정도 반영되나.

A. 회사와 작품을 같이 봐요. ‘나와는 캐릭터가 안 맞는 것 같다’ ‘이 역할이 경수에게 맞는 것 같다. 좋겠다’ ‘이 역할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 등 이야기를 나누죠. 회사 팀장님과 의견이 잘 맞는 것 같아요.


Q. 무대 위 화려한 가수 활동과 다르게 내면에 상처가 많은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아이돌이라고 해서 정해진 역할을 해야 하나 싶어요. 작품만 좋다면 뭐든 하고 싶어요. 저는 어떤 것이라도 다 할 생각이 있거든요. 지금 제 모습을 보면 너무 어리거나 성숙한 캐릭터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외모나 감성 등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Q.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

A.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레버넌트’의 톰 하디같이 ‘나쁜 놈이야’라고 할 수 있는 진짜 악역이요. 장르적으로는 다 하고 싶어요. 이번에 ‘순정’을 찍을 때 멜로도 정말 재밌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 같은 밝은 작품도 해보고 싶고 예술적인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A. 어떤 가수 혹은 배우보다는 ‘멋있는 사람’ 그리고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조지 클루니, 잭 블랙과 조인성 형처럼 ‘그 남자 멋있다’고 느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멋있다’는 단어에는 의미가 많잖아요. 저도 저만의 무언가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변하지 않는 사람’도 멋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이 먹고 싶어요.


Q. 지금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A. 100% 만족해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못하는 것들만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만족해요. 지금의 삶이 정말 행복하고 재밌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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