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사진제공 | 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선수 소집일은 9일이었다. 배구계 관례로 볼 때, 늦어도 이날까지는 새 감독이 임명돼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KB손해보험은 약 2주가 흐른 20일에야 신임 감독을 발표했다. KB손해보험 수뇌부의 깊은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또 한번 배구계를 놀라게 했다. 하마평에 올랐던 후보들이 아닌, 내부승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이끌고 있던 권순찬 수석코치(42)는 21일, 하루아침에 신분이 감독으로 바뀌어 선수들 앞에 서게 됐다.
배구인의 꿈이라 할 프로팀 수장의 자리에 올라간 권 감독의 목소리에는 희열보다 책임감의 무게가 묻어났다. 권 감독은 “(감독이 될 줄) 나도 생각 못했다. 어제(20일) 통보를 받았다. 코치 생활만 하다가, (감독 제안을 받으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믿고 맡겨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예전부터 감독이 될 때를 구상해보며) 준비를 했다곤 생각했는데 막상 닥치니 겁도 좀 난다”고 웃었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사진제공 | KB손해보험
권 감독이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첫 바람은 패배의식 탈출이다. “늘 하위권팀이었다.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한데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차근차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실 배구계의 중평은 ‘KB손해보험은 꽤 매력적인 팀’이라는데 큰 이의가 없다. 전 포지션에 걸쳐 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팀 성적이 나오지 않는 ‘고질병’을 겪어왔다. 그 이유를 ‘내부자’였던 권 감독은 어떻게 파악할까?
“잘 하다가도 고비에서 주저앉는 것이 문제였다. 훈련 할 때부터 이겨나 갈 수 있도록 바꿔보겠다. 훈련량을 올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훈련시간만큼은 몰입감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의 문화를 바꾸는 개혁은 결국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어야 성공한다. 권 감독은 이를 위해 소통의 의지를 내비쳤고, 아울러 성역을 두지 않는 변화를 예고했다. 이제 더 이상 KB손해보험에 ‘기득권’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 사진제공 | KB손해보험
일단 외국인선수부터 바꾼다. 우드리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포지션에 관계없이 원점에서 외국인선수 영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코치진 구성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김요한 등 주축선수들과의 면담도 진행한다. ‘더 나아지려는 방향으로 팀이 변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는 각오는 섰다. 권 감독은 “백지상태”라고 했다. 무엇을 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은 곧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권 감독의 가세로 OK저축은행 김세진(43), 우리카드 김상우(44), 삼성화재 신진식(42), 현대캐피탈 최태웅(41)까지 삼성화재 출신 감독이 5명에 달하게 됐다. 이 중 유일하게 권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다. 이에 대해 권 감독은 애매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비교는) 부담스럽다. 그 감독님들은 운동할 때부터 대단한 분들 아니었나. 게다가 나보다 감독도 먼저 된 분들이다.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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