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화려한 ‘리얼’, 김수현은 멋있었다. 그러나…

입력 2017-06-27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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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얼’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화려의 극치다. 김수현의 실루엣과 아름다운 여성들의 모습이 휘감기는 가운데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빛줄기와 어둠, 입체적인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다. 주인공 두 장태영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상징적으로 반영했다는 이 시퀀스는 ‘리얼’이 어떤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지를 단기간에 알아차리게 한다. 멋있고, 감각적인, 독특한 미장센.

이와 더불어 ‘리얼’은 ‘존재의 심리학’의 저자이자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될 수 있다면 되어야 한다”는 문구로 이야기를 연다. 존재에 대한 고찰. 이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중요한 메시지로 기능한다. 오프닝을 수놓은 한 문장에서 예고한 대로 ‘리얼’은 러닝타임 내내 ‘진짜’ 장태영과 ‘가짜’ 장태영 혹은 ‘또 다른 진짜’ 장태영의 [존재 싸움]을 그려낸다.

‘리얼’은 심오한 주제와 독특한 영상미가 만난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들을 설득했던 기존 한국 영화와는 달리 추상적인 영상으로 메시지를 그려낸다. 영상은 화려하고 수트 입은 김수현은 멋있다. ‘리얼’에는 유난히 풀샷이 많은데 화보 같은 공간에 김수현이 ‘존재’함으로써 화룡점정을 찍는 ‘찰나’는 참으로 멋들어진다.



그러나 ‘리얼’은 광고가 아닌 러닝타임 137분짜리 영화. 영상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노선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좋으나 과하게 추상적인 게 문제. 불필요한 힌트가 과하게 섞이다보니 보는 이가 길을 잃는 건 당연지사 아닐까. 단 한 컷도 연출자의 의도 없이 들어간 것은 없을 텐데 ‘감독은 저 장면의 의미를 알까’ 싶을 정도로 난해하다. 예쁘고, 멋있고, 스타일리시하긴 한데 안타깝게도 ‘겉멋’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사랑 감독은 기자간담회 당시 “애매한 리듬과 색감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줄타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를 섞었다. 리듬도 정박보다는 비틀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그렇다면 감독의 의도는 100% 성공했다. 시사회 후 이틀 내내 곱씹어 생각해봐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P.S. ‘액션 느와르’라고 했지만 액션은 기대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김수현의 핵주먹 한 방에 죄다 나가떨어지는 설정만큼 허무한 게 있을까. 차내에서 다수와 칼싸움하는 장면과 차이나타운 액션은 박진감 넘치기보다는 또 예쁜 것에서 그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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