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엄복동’ 김유성 감독 “연출권 심각하게 침해”

입력 2017-06-29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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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와 배우 이범수, 강소라 주연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김유성(41) 감독이 “연출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28일 감독직에서 자진 하차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김유성 감독은 29일 오전 스포츠동아와나눈 전화통화에서 “사실에 입각해 입장을 말하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앞서 영화 제작사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100억대 규모의 영화 연출에 부담을 느껴 하차했다’고 알린 것은 지금까지 벌어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유성 감독은 “촬영현장에 감독이 두 명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시종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한 감독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한 데는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하차했나.

“주된 이유는 연출권 침해이다. 제작사가 감독 하차 이유로 주장하고 있는 ‘100억원 규모 영화 연출에 부담을 느껴 하차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연출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감독으로서 인내하는 데 한계치에 다다랐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꺼내기 힘든 기억이긴 한데…. 영화를 준비하는 프리프로덕션 때부터 제작사의 입김이 강했다. 그렇게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초반에는 내가 현장을 컨트롤했다. 하지만 10회차 촬영이 끝난 이후 그간 촬영한 내용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주연이자 제작자인)이범수의 불만이 표출됐고, 그러다 촬영이 며칠간 잠시 멈췄다. 명목상 촬영을 재정비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뒤 이범수가 ‘영화 투사자(셀트리온)로부터 총감독의 지위를 부여받았다’고 배우들과 스태프에 공지했다.”


-그때가 언제쯤인가.

“5월 중순쯤이다. 17회차 촬영부터 연출권 침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촬영장에서 연출에 대해 간섭하는 일이 늘어났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나는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에 전달되는 목소리는 하나로 통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개의 목소리가 양립했다.”


-연출권을 어떻게 침해당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는 없나.

“지금 자세히 말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조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촬영장에 감독이 두 명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제작사는 ‘감독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하차를 통보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6월11일 프로듀서에게 하차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마음을 추스르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와부와 연락이 단절됐다. 전화기도 꺼 놓았기 때문에 그 사이 내게 연락을 취했다고 해도 받을 방법이 없었다. 촬영장에 따로 연락을 해보지는 않았다.”


-촬영이 마무리될 때까지 현장을 책임질 수 없었나.

“시나리오를 쓰고 ‘자전차왕 엄복동’이 영화화되기까지 누구보다 오래 기다린 사람은 바로 나다. 영화라는 작업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김유성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어떤 방향이었나.(김 감독은 4~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시간이 2~3주 흘렀는데도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한 이유는.

“어제(28일) 내가 감독에서 하차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벌어진 일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자전차왕 엄복동’ 제작사는 감독 하차의 이유를 “100억원 규모의 대작을 연출하기에 역량부족을 느껴 스스로 하차했다”고 밝혔다.

제작사 관계자는 편집권 침해 등과 관련해 “10회 분량의 촬영을 확인한 뒤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며 “감독을 비롯해 주요 스태프가 협업해 합심하길 바랐지만 콘티를 재정비하자는 제작사의 요청에 감독은 응하지 않다가 자진 하차했다”고 설명했다.

총 84회차 가운데 절반가량 촬영을 마친 ‘자천차왕 엄복동’은 이범수와 조감독, 촬영감독 등 현장 주요 스태프가 합의해 연출하고 있다.

‘국가대표2’의 김종현 감독이 자문감독으로 투입됐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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