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전력’ 용병 계약한 수원, 무한 반복하는 코미디 행정

입력 2019-01-16 22:2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샤합 자헤디. 사진제공|수원 삼성

이란공격수 도핑 이력, 스포츠동아 확인요청에 긴급미팅
심각한 선수운영 미스, 에이전트 업계 “기본부터 짚어야”

이례적으로 입단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장고 끝에 계약한 외국인 공격수가 약물복용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K리그1 구단이 있다. 흘러간 영광만 그리는 ‘옛 명가’ 수원 삼성이 불편한 소식의 주인공이다.

수원은 16일 오후 5시 “이란 명문 페르세폴리스 출신의 장신(187㎝) 공격수 샤합 자헤디(24·Shahab Zahedi Tabar)를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헤디는 수원이 영입한 최초의 이란 선수로, 아시아쿼터 공격수를 데려온 것은 2011년 게인리히(우즈베키스탄) 이후 8년 만”이라는 설명과 함께 친절하게도 프로 경력(2014~2018년, 50경기 10골·2도움)까지 첨부했다.

그런데 수원이 알리지 않은(또는 못한) 내용이 있다. 2015년 1월 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의 공백기다. 1년 반 동안 자헤디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약물복용으로 인한 출전정지 처분 탓이다. 독일의 축구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자헤디는 최소 30경기를 날렸다.

놀랍게도 수원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자헤디의 이력이 이상하다는 제보를 받은 스포츠동아가 구단에 확인 요청을 한 뒤에야 뭔가 잘못됐음을 알게 됐다. 프런트-코칭스태프 긴급회의가 1차 전지훈련이 한창인 경남 남해에서 열렸다. 10여 분 만에 끝난 미팅 후 구단은 ‘계약해지’로 가닥을 잡았다. 사유는 성실고지 의무위반. 일주일 간의 입단테스트를 끝내고 메디컬테스트와 프로필 촬영차 수원에 머물던 자헤디와 에이전트에게 상황이 전달됐다.

일단 자헤디가 순순히 구단의 결정을 받아들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계약서 서명 절차가 끝난 마당에 선수가 버티면 구단은 손쓸 도리가 없다. 최악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까지 이어지면 선수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도 확인 가능한 자헤디의 도핑 이력을 정말 구단이 몰랐는지 여부다. 만약 그렇다면 수원 프런트는 체면손상과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역대급 코미디 한편을 찍은 셈이고, 구단 내부자 가운데 누군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몹시 심각한 기만행위다. 선수 측이 공백기에 대해 부상 등 다른 핑계를 댔을 가능성도 있으나 선수 영입의 기본인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의미로 어떠한 것이든 구단의 허술 행정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복수의 에이전트들은 “수원의 행정처리는 역대 최악이다. 선수운영의 ABC부터 알려줘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