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아.
1턴 전개 집중훈련 후 해마다 10승이상
“이제 200승의 중간 고개를 넘었으니 300승 고지를 향해 고속질주를 해야죠. 갈 길은 아직 멀었죠.”
경정 여자선수론 처음으로 200승 고지에 오른 박정아(37·3기·사진)는 힘들게 200승을 쟁취했지만 담담해했다. 고수는 역시 달랐다.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방점을 찍고 있었다. 여성 최초 200승에 만족하지 않고 남녀 통틀어 12번째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한국경정의 역사를 새롭게 쓴 주인공이지만 그의 머리는 벌써 300승 고지를 향해 있었다.
남녀가 아무런 핸디캡 없이 동등하게 경쟁하는 스포츠는 그리 많지 않다. 올림픽 종목에선 승마가 유일하다. 이밖에 경마와 경정이 그렇다. 특히 경정은 남성의 파워풀함과 여성의 섬세함이 어우러져 한 편의 드라마를 쓰는 ‘예술의 스포츠’다. 현재 경정 선수로 등록된 여자선수는 총 17명. 그러나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이라는 공백이 있어 꾸준한 성적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그리 녹록치 않다.
박정아는 이런 핸디캡을 뚫고 최고의 여자선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그동안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박정아는 2004년 경정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기본적인 스타트 정도만 익힌 상태에서 경주를 펼치다보니 남자선수들의 파워에 밀려 첫 시즌은 9승으로 마감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를 악물었다. 첫 시즌 이후 동계훈련에서 1턴 전개 연습에 집중적인 훈련을 실시했다. 혼전 상황에서 남자선수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땀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그 이후 해마다 10승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서서히 박정아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2009년에는 한 시즌 20승을 기록하며 전체 다승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그 해 37회차(11월12일) 여왕전에 출전 1코스를 배정받아 특유의 선회력으로 1턴에 나서며 우승을 확정, 생애 첫 여왕전 우승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2013년에는 28승으로 경정 선수 입문 이후 개인 다승기록까지 세웠다.
2014년에는 문화일보배 대상경주 본선에 진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길현태, 정민수, 김종민과의 경합에서 특유의 선회력으로 3위에 입상했다. 저체중의 이점을 활용해 피트력에서도 우위를 점하면서 기존 선배들도 인정하는 여자선수가 됐다.
올해는 박정아에게 의미 있는 해다. 경정역사상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200승 고지에 올랐기 때문이다. 199승에서 200승을 달성을 위해 지독한 ‘아홉수’를 겪었지만(그녀는 3회차 정도 고전을 했다) 무사히 힘겨운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제 다음 목표는 300승이다. 현재 10명밖에 오르지 못한 고봉이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스타트와 선회력을 겸비한 만큼 선수 생활 중 300승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여자선수”라고 평가한다. 박정아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