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신우철, 그대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6-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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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마의 살아 있는 역사 신우철 조교사가 터프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터프윈은 그가 함께 은퇴하지 못해 가장 아쉽다고 했던 말이다.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한국경마의 살아 있는 역사 신우철 조교사가 터프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터프윈은 그가 함께 은퇴하지 못해 가장 아쉽다고 했던 말이다.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통산 1149승…한국경마 사상 최초 1000승
26일 은퇴…“터프윈과 같이 못 떠나 아쉬워”


한국경마 사상 최초로 1000승을 달성한 신우철 조교사(63)가 오는 26일 40년간 정든 경주로를 떠난다.

신우철 조교사의 성적은 곧 한국경마의 역사였다. 1983년 데뷔한 이래 8713전 1149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20%가 넘는 승률을 자랑하며 맹활약한 덕분에 평균승률도 13.2%나 된다. 부산광역시장배(GⅢ)와 그랑프리(GⅠ), KRA 컵 Classic(GⅢ), 코리안더비(GⅠ) 등을 포함해 굵직한 대상경주 우승 이력도 18회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06년과 2010년, 2011년도에 최우수 조교사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기수가 하루에 10개 안팎의 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 데 반해, 조교사는 통상 그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 조교사가 1000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함’에 있다. 매주 새벽 조교를 관찰함으로써 경주마의 상태를 살피고, 전국 각지를 돌며 경주마 발굴에도 힘썼다. 기수양성 교관을 하면서 쌓은 눈썰미와 인맥도 큰 몫을 했다. 그는 “김점오가 최초의 제자로서, 가르쳤던 제자들이 한국경마를 이끄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였다”고 웃음을 보였다.

신 조교사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국마사회 직원 신분으로 조교가 된 케이스다. 1977년 기수양성소 교관으로 처음 경마와 인연을 맺은 후 지난 1983년 조교사로 개업했다.

사실 그의 고향은 마구간이다. 6ㆍ25전쟁으로 상태가 좋은 경주마들이 모두 군마로 징발되자, 남은 말들을 모아 경마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신설동 경마장 마구간 숙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버지인 고(故) 신현태 씨는 뚝섬경마장 창설멤버로서 렛츠런파크 서울이 신설동에 자리 잡고 있을 때부터 기수로서 맹활약 했었다. 그러다 조교사로 전향했으며 이후로도 한국경마의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말과 친했다. 경주마를 타며 소년기를 보냈다”고 소개하고 “아버지가 기수, 조교사로 활약하며 닦아놓은 길 덕분에 나 역시 조교사로서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고 아버지를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신 조교사는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며 말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전적이 화려했던 것도 있고, 실제로 기수들을 양성했던 이력도 있어 찾아주는 것 같다”며 “대기업은 물론,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강의도 다수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 조교사는 은퇴 후에는 후학 양성에 더욱 몰두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마사고 등 경마나 말산업과 관련된 학교가 많다”며 “평생 말에 둘러싸여 살았는데 이젠 나의 모든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은퇴 후에도 한국경마나 말산업에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40년을 마구간에서 지냈지만 아쉬움도 많다. 그는 “사실 ‘터프윈’과 함께 은퇴하고 싶었는데 좀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랑프리, 부산광역시장배 등 큰 경주에서 조경호 기수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며 “함께 은퇴식을 가졌다면 더욱 잊지 못할 추억이 됐을 텐데”라고 했다.

신우철 조교사의 은퇴식은 26일(일) 렛츠런파크 서울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진행된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마사회 임직원은 물론,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장 등 경마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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