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KPSI“우리가할리우드CSI인줄알어?”

입력 2008-01-13 11:24:1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우리가 할리우드 CSI인줄 알어?” ‘한국판 CSI’로 이목을 끈 ‘KPSI’가 실체를 드러냈다. 특히 과학수사에는 ‘노가다’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12일 밤 12시 첫 방송된 수퍼액션 ‘KPSI’ 1화 ‘DNA는 모든 것을 말한다’ 편. 유력한 용의자가 홀로 부산을 다녀왔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수천 개의 고속도로 통행권을 뒤지라는 명령을 받고 젊은 KPSI 요원이 “한 번에 딱 증거를 잡을 수 없느냐”고 푸념하자 팀장(기주봉 분)에게 이 같은 꾸지람을 들은 것. 이 정도는 약과다. 용의자가 사는 동네를 지목하고 주민 전체의 DNA를 채증하기 위해 방문조사를 한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몇 번씩 방문해 2000개에 달하는 샘플을 얻고 한 달에 걸쳐 감식 작업 끝에 사건발생 46일 만에 범인을 잡아냈다. ‘막노동’은 시간이 막대하게 소요되지만 확실하다. 유력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수천 개의 고속도로 통행권을 뒤진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 ‘아닌 것’을 배제해 가는 방식으로 ‘정답’을 찾아간다. 연출을 맡은 이상헌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할리우드 CSI처럼 한 순간에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내서 해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제 경찰들이 하나의 단서를 잡기 위해 수백 수천 개의 샘플을 조사하고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팀장의 대사는 (눈높이가 CSI 수준으로 높아진) 시청자를 향한 제작진의 외침인 셈이다. 하지만 젊은 연기자들의 미흡한 연기와 ‘노가다’에 가려 요원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중간중간 해당 사건을 맡았던 KPSI 요원과 형사, 법의학 교수 등의 ‘경찰청 사람들’식의 멘트는 사실 전달에 도움은 되지만 극 흐름을 끊어 장르가 모호해졌다. 한편 KPSI의 회당 제작비는 4500만 원으로 ‘조선판 CSI’로 불린 ‘별순검’의 1억 원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다. 과학수사물의 원조 격인 CSI는 KPSI의 70배에 달하는 회당 30억 원을 쏟아붓는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