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여자’이보영,‘천생연기자’를꿈꾸다

입력 2008-02-01 09: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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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사랑 이미지라고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첫사랑을 다시 만나보게 해야겠어요. 그(첫사랑) 게 아름답게 추억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깔깔깔.” 소곤댈 것 같은 단아한 입술에서 시원스럽게 말이 술술 나온다. 얌전한 미소만 살포시 짓는 줄 알았는데 마음 내키지 않으면 ‘얄짤 없이’ 아니란다. 진짜 ‘공주’는 되어 봤지만 정작 공주병은 없다는 그녀. 새침한 외모보다 화끈한 성격이 더 사랑스러운, 그녀가 이보영이다. ●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TV 출연 겁나요” ‘수다스러운’ 본모습과 다르게 데뷔 4년차 이보영은 아직도 ‘카메라 울렁증’이 있단다. 내가 아닌 타인의 인생을 사는 연기와 다르게 실제의 나를 꺼내보여야 하는 버라이어티 세계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것. 이보영은 “주위에서는 다 아는데 제가 굉장히 털털해요. 그런데 TV에만 나가면 이상하게 얼어버려 입이 굳어요”라며 “내숭 아니에요. 정말로요”라고 강하게 손을 내젓는다. 이어 “연기자를 평생 업으로 삼는 건 제 몫이 아닌 대중의 선택”이라는 그는 “하지만 개인의 삶은 끝까지 제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보호받고 싶다. 배우와 인간 이보영의 삶을 동시에 균형 잡게 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중생활’을 너무 잘 해서일까. 드라마 ‘게임의 여왕’ 이후 1년 만에 복귀 작 ‘원스어폰어타임’의 개봉을 앞두고 ‘놀러와’ ‘환상의 짝꿍’ ‘상상플러스’ 등 4~5개의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보영은 아나운서 시험 낙방, 남자친구 얘기 등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수일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지금껏 오락 프로그램은 ‘비열한 거리’ 때 두 세 번 나간 게 전부”라면서 “데뷔 이래 못해본 걸 이번에 한꺼번에 다 했어요. 너무 떨려 뭐라 말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사생활이 많이 노출된 것 같아 걱정”이라며 조바심 내는 이보영. 그녀의 긴장 수위가 어느 정도냐면 “내가 출연한 방송 모니터를 해야 한다”며 스케줄도 거절하는 상황. 그러나 또, 한 번 저지르면 쉽게 잊는 스타일이라며 혀를 쏙 내민다. ‘단순’해도 솔직한 매력이 극중 그녀가 분한 세속적지만 귀여운 도둑 ‘춘자’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 “이미지 변신에 목말랐냐고요? 푸하하” ‘원스어폰어타임’ 뿐만 아니라 ‘라듸오 데이즈’ ‘모던보이’ 등 최근 들어 충무로가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 경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모던 걸’로 화려하게 변신한 ‘홍일점’ 미녀들의 향연도 이색 볼거리. 영화 속 이보영도 한차례 가부키 배우처럼 하얗게 얼굴에 분칠하고 기모노를 갖춰 입으며 ‘그때 그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익히 봐왔던 ‘예쁜’ 올림머리나 찰랑찰랑한 생머리를 고수해 ‘변함없는’ 미모를 뽐낸다. “의도한 건 아니에요”라고 극구 부인하는 이보영은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도 해봤는데 여주인공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걸 고르다보니 결국 평상시 보여드린 ‘올백’ 머리가 낙점됐어요”라며 호호거린다. “역할 상 항상 꾸며야 하는 캐릭터를 맡아 온 건 맞아요. 그래서 ‘쟤 예쁜 척 한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춘자’는 예뻐 보이지 않잖아요. 돈만 밝히는 속물이지만 수가 빤히 보여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죠.” 이보영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여성스럽다’의 수식어에 대해서도 자유롭다. 애초 ‘청순해야지’라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툭툭 내뱉는 왈가닥 ‘춘자’에게 ‘확 꽂혔다’는 것. “사실 전 제가 재밌어 보이는 걸 즐겨 하는 편이에요. 재밌을 것 같아서 참여한 건데 다들 이미지 변신이라고 놀라워해요. 정말 예상 못한 반응이에요”라며 “이를 계기로 제게도 다양한 역할들이 제의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실속 있게’ 답했다. 직설 화법 그대로 “여자로서 나이 먹는 건 슬픈 일”이라며 우울해하는 이보영. 그러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확실히 삼십대 초 중반이 넘어가면서 성숙한 느낌이 나요”라며 이율배반적으로 기뻐한다. 어느덧 서른에 접어든 ‘천생 여자’ 이보영은 이렇게 ‘천생 연기자’가 되길 바라는 오랜 소망에 한걸음씩 천천히 다가가는 중이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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