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After]“유언도못들어”…여장부도어머니얘기땐울먹

입력 2008-03-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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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인기에 물이 올랐던 1990년대 중반. 당당한 체격과 야무진 표정으로 코트를 호령했던 그를 기억한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유영주는 농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대표 스타였다. 2007-200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이던 21일 용인 실내체육관. 유영주와 마주 섰다.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는 눈웃음이 여전하다. 사진 촬영을 지켜보는 지인에게 연신 “오늘 머리 어때?”라고 묻고, “예뻐, 예뻐”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안심하는 천상 여자. 그러나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그는 영락없는 여장부였다. 그런 유영주의 눈가가 젖어든 건 인터뷰를 시작한지 30분이 지나서였다. 그는 한달 여 전 루게릭병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 네 남매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는 운동하는 딸을 몰래 시장통 통닭집으로 불러내곤 했다. 딸은 그 통닭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고, 어머니는 코트 위의 딸을 보며 세상 시름을 다 잊었다. “루게릭병이 기관지 쪽으로 와서 말씀도 못하셨어요. 유언조차 못 들은 게 가장 가슴이 아프네요. 살아계실 때는 농담으로 ‘나 같은 딸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후회가 너무 많아요.” 기자도 한 어머니의 딸이다. “어머니한테 잘 하세요.” 이 한 마디에 함께 눈물이 맺혔다. 유영주도 어머니다. 1분 터울로 태어난 쌍둥이 형제 성원과 성인(4)을 뒀다. 아들 둘을 한꺼번에 키우느라 “거친 성격이 더 거칠어진 것 같다”는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좋은 어머니가 되겠다고 다짐한단다. “그래도 애들 덕분에 웃죠.” 기자도 역시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또다시 눈물이 맺혔다. 유영주? 생년월일:1971년 11월 23일 키:178cm 현역시절 포지션:포워드 출신교:인천 송림초∼인성여중∼인성여고 경력: 1990년 SKC에서 데뷔 1998년 삼성생명 이적 2001년 KB 국민은행 코치 2006년 여자프로농구 해설위원 수상경력: 1990 농구대잔치 신인상 1990∼1995 농구대잔치 6년 연속 베스트 5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1997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 1997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 MVP·득점왕 특기사항: 2001년 10월 여자프로농구 사상 첫 여성코치 선임 2002. 7. 12 여자프로농구 여성감독 사상 첫 승 달성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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