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화장품‘보수vs진보’대리전쟁

입력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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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패션다이어리…닥터레빈스VS닥터세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뉴욕 맨하탄의 향취를 담고 있다면 ‘헤롯(www.harrods.com)’은 영국을 담고 있다. 그러나 헤롯은 이제 더 이상 영국 왕실 백화점이 아니다. 교통사고로 고 다이애나 비와 함께 운명을 달리한 이는 헤롯의 주인 알 파예드의 아들 도디 파예드이다. 10년이 지나도 사고에 관해 풀리지 않은 점이 많은 만큼 사고 후부터 왕실에선 더 이상 헤롯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고, 아들을 잃은 알 파예드도 왕실과의 인연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귀족도 백인도 아닌 이집트인이 오너로 있는 헤롯을 고 다이애나 비의 사고 전까지 왕실 백화점으로 애용한 것을 보면 알 파예드의 안목만큼은 왕실도 인정했던 것 같다. 영국에는 ‘닥터’라는 이름이 붙은 2개의 인기 화장품이 있다. 헤롯의 안목을 빌어 말하자면 하나는 여왕과 같은 보수적인 ‘닥터 레빈스’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애나 비의 진보주의적인 ‘닥터 세바’다. 닥터 레빈스는 약간 고풍스런(?) 외관에서 풍기듯 성형외과 전문의가 만든 화장품으로 피부 환경에 맞춘 에센스와 크림이 충실한 제품이다. 온라인 피부 테스트를 통해 필요한 화장품을 골라준다. 닥터 세바는 닥터 레빈스에 비해 젊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잡지들이 주는 많은 상을 받은 브랜드다. 분말 형태로 된 비타민 제품을 얼굴에 바르면 수분이 생기면서 흡수되는데 매우 색다른 촉감을 준다.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화장품을 바르면서 느낄 수 있다면 조금 과장된 것 일까? 영국은 얼마 전 새로운 신데렐라인 윌리엄 왕자의 여자친구 케이크 미들튼으로 시끄러웠다. 중산층 출신의 이 자유로운 아가씨에 대해 왕실에서는 ‘제2의 다이애나’를 원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확실한 건 케이트 미들튼이 닥터 레빈스와 닥터 세바 중 무엇을 고를 지만 알아도 ‘제2의 다이애나’가 될지, 아니면 여왕의 사랑받는 손자 며느리가 될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모습만 본다면 왕실에서 ‘제2의 다이애나’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유럽 여행을 왔다가 헤롯에서 유유히 쇼핑 할 기회를 놓쳤다면 히드로 공항 내에 있는 헤롯 히드로점을 가보는 것도 좋다. 영국은 계속 변하고 있지만 영국을 대변하는 브랜드가 헤롯이란 것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박 소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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