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의감성노트]축제의나라‘스페인’…‘정열의땅’여유가속삭이다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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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다녀왔다 상상이나 사전 지식이란 여지없이 현장에서 무너지는 것이 여행이다 인터넷과 몇 권의 책으로 미리 들은 자잘한 정보와는 달리 스페인은 거대한 공룡처럼 나를 압도했고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결국은 심하게 체력이 떨어져 한국에 돌아와 지독한 감기에 걸리게 했다 열흘이 넘었는데도 감기는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늘 도시의 작은 거리, 예쁜 가게들, 올망졸망한 풍경들을 좋아하는 내가 어떻게 그 큰 대륙을 탐사하듯 거칠게 지내며 한달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냈는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페인은 만만한 예쁜 거리 풍경을 기대했던 나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물론 옷가게가 즐비한 거리들이 있기는 하지만 스페인은 광대한 대륙이었고 5시간 내내 평야가 펼쳐질 때면 사막이 따로 없는 느낌이었다. 와일드하고 거대한 자연! 그것이 스페인이었다. 짙푸르다 못해 눈앞이 아련할 정도의 녹음과 거친 바람과 정신없이 파란 하늘에 반쯤 정신을 놓고 지냈다. 서울에 돌아오니 그 작열하는 태양이 그리워진다. 서울의 하늘은 황사인지 대기 오염인지 모를 회색의 둔중한 얼굴로 병들어 있는 듯했다. 스페인에서는 그 산소 덩어리의 깨끗하다 못해 짙은 공기가 버거웠는데, 서울의 도시스러운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는 극도로 상반된 두 나라를 동시에 바라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혼돈스럽기도 하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다른 운명을 지닌 나라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아 기술 집약적인 사업을 많이 벌인다. 인간이 자원인 나라들은 결국 바쁘게 살고 속도감 있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스페인처럼 자연 환경이 풍성하고 세계를 제패한 과거가 있으며 관광 수익이 많은 나라는 그만큼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밖에 없다. 스페인도 어딘지 모르게 다이나믹해 보이는 데 그것은 순전히 태양과 천혜의 기후 자연이 그렇게 약동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게으르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먹는 것을 즐기고 축제를 사랑한다는 점에서만큼은 바지런하다. 우리나라의 장점이라면 사람들 자체의 다이나믹함이다. 혹자는 한국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인간 자원밖에 없고 그토록 열심히 노력해서 이 자리에 오른 것이니 그런 이야기는 좀 치우친 이야기 같다. 우리가 얼마나 약동적인 민족인지, 며칠을 야근하고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도 다시 일하러 나가는 엄청난 에너지의 사람들인지, 느리고 천천히 살아가는 나라에 다녀오니 여실히 보인다. 칭찬해 주고픈 마음마저 든다. 단 한달 떨어져 있다가 돌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가벼운 행동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왠지 좀 잔소리가 하고 싶어졌다. 특히 서울의 공기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점과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금세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장점이 단점이 될까 사랑 어린 걱정을 하는 것뿐이다. 스페인과 우리는 환경이 다르지만 심하게 부러움을 느낀 것은 깨끗한 자연이었다. 고도 성장기를 누리고 있는 우리지만 삶의 질과 환경을 더욱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페인에서 계속 들었다.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무엇 하나? 진짜 행복은 주위 환경을 개선하고 여유를 갖고 푸른 공기를 마실 때 찾아 올 것이 분명한데… 지금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무도 자신이 마시는 공기를 의식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무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서울이 환경 친화적이 돼야 할 것이다.돈을 버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함이고, 행복은 다시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돈을 들여 서울의 환경 개선에 투자해야할 날이 머지않았다. 또 한 가지는 여유다. 여유로운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우리가 걸린 현대병이 여실히 보인다. 현실을 알고 있기에 현대병 운운 하는 것이 사치스러운 소리같이 들리겠지만 조만간 모두가 그것을 느끼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무조건 선진국을 흉내 내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종일 인터넷에 매달려 여유 없이 일만 하다가 온 몸이 뻐근하고 쉬 피로를 느끼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가 스페인에서 받은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느리게 살고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고 푸른 하늘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며 또 일할 때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런 삶, 우리의 장단점을 살리고 보완하는 그런 삶을 꿈꾸게 되었다. 느리게 사는 것은 좋지만 스페인의 단점은 인터넷도 택배도 우체국도 느리다는 점이다. 그런 단점 말고 그들의 여유로움 가운데 어떤 면만은 배우고 싶다. 행복하게 사는 것, 웰빙은 내 집 한가운데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유기농 음식을 사먹는 것만도 아니다. 스페인은 푸른 숲과 나무가 가득하고 마을버스 대부분이 환경을 생각한 전기 자동차였다. 여기에 늘 축제가 있다. 스트레스를 잘 날려버릴 줄 알고 유럽 제일의 장수국가를 이루어 낸 나라에게 배울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삶 속에서 그 여유를 실천하고 있다. 스페인에 다녀온 후로는 주위 사람들과 더 정을 나누고 밥도 자주 먹고 농담도 하고 일로 만나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대하려 노력 중이다. 쓸데없이 인터넷 앞에 앉아 있는 대신 산책을 하고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겸허히 묻는 시간을 갖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주는 심한 경쟁에 휩싸이지 않도록 자신감을 기르고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일할 때는 집중적으로 잘 하되 긴장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는 성실하되 미리 미리 준비해 천천히 일하고 싶다. 늘 너무나 급하게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다. 넉넉한 마음으로 내 자신이 조금 더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아무 생각 없이 현대병에 걸려 있던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작은 실천이 될 것 같으니까. 이 상 은 글, 그림, 여행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자신의 창조력을 발휘하는 가수 보헤미안의 영혼으로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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