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녹음한 음반을 들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 옛날 음반 듣는 거 되게 힘들어해요. 하하하! 아쉬운 점이 많죠.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구나’, ‘지금하고 많이 다르네?’ 하면서 신기할 때도 있어요. 첫 앨범을 스물한 살에 냈었는데. 당시는 내 음악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많이 못 하던 때라… 대학교 때부터 음악을 좀 깨닫게 되고, 더 연구하고 싶어지고, 그랬거든요. 지금 똑같은 곡을 연주했을 때하고 아무래도 많이 다르죠.”
- 정통 클래식 음악인들이 꺼리는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요, 오디언스(관객)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린 퍼포밍(공연) 아티스트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해 줘야죠. 그래야 나도 즐겁고. 어떻게 하면 그분들을 좀 더 가까이 클래식으로 ‘모시고’ 올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해요. 그 분들이 없으면 나도 없으니까. 음악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죠.”
#2. 바이올린은 나의 목소리
연주가는 작곡자와 관객의 딱 중간에 서 있는 존재다. 김지연은 위대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관객들에게 ‘이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작곡자를 등 뒤에 세운 채 관객을 향해 손을 내민다. 정통 음악인들이 ‘우습게 아는’ 크로스오버 음반을 낸 이유도 바로 관객들에게 손을 내미는 작업의 하나다.
- 리허설을 즐기는 편입니까?
“즐겨요. 좋아해요. 호흡이 잘 맞아야 음악할 때도 기분이 좋으니까.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 같은 경우 협연할 때 두 번 정도 연습하고 바로 무대로 올라가요.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리허설 1시간 전쯤에 지휘자님을 먼저 만나서 호흡을 맞추죠. 의견이 다르면 그때 해결을 다 봐야 해요. 연주가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의 눈은 솔리스트가 아니라 지휘자에게 가니까. 내가 갖고 있는 음악성, 표현, 음색 같은 걸 지휘자님이 다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지휘자님들을 만날 때마다 똑같은 곡을 하더라도 그 사람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의견 등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나도 그걸 흡수할 수 있고.”
- 김지연에게 바이올린은 어떤 악기인가요?
“내 목소리죠. 내 자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나는 바이올린을 통해서 노래하는 사람이죠. 아무리 테크니컬하고 어려운 곡이라고 해도 노래를 하면 듣는 사람도 기분 좋고, 하는 사람도 좋고. 우린 연주하는 ‘기계’가 아니거든요?”
- 스스로 ‘오늘 연주는 좋았다’, ‘나빴다’를 어떻게 판단합니까?
“어떨 때는 연주를 하면서 내 몸에 전율을 느낄 때가 있어요. 너무 좋아서. 그땐 정말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하죠. 반대로 가끔은 내가 내 몸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떨어져서 내가 연주하는 내 모습을 보는 거죠. 그건 싫어요. 기분 나쁘죠. 내 자신이 흠뻑 음악에 묻어서 나오지를 못했다는 거니까.”
- 주 레퍼토리는 어떤 곡들입니까? 특별히 선호하는 작곡가가 있다면?
“리사이틀 프로그램 보시면 아시잖아요, 하하! 전 편견 같은 게 거의 없는 편이에요. 갖기 시작하면 목(目)이 좁아지죠.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공부 많이 하고, 연주도 많이 하고, 나이도 많이 들었을 때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더 깊어지는 거 같고, ‘내가 정말 모르고 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게 음악인 거 같아요. 하면 할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요.”
#3. 가장 어려운 베토벤 도전해요
연주자라면 이런저런 이유로 연주를 기피하는 곡들이 있기 마련이다. 김지연에게는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그랬다. 베토벤의 콘체르토는 연주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난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지연에 의하면 ‘노트(음표)와 노트 사이가 굉장히 중요’하고 ‘마음과 머리를 갖고 연주해야 하는’ 곡이다. 그래서 김지연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베토벤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올 11월 드디어 그녀가 베토벤에 도전한다. 지휘는 정명훈이 맡게 된다고 한다.
- 혹시 스포츠는 좋아하십니까?
“피겨 스케이팅! 어려서부터 굉장히 좋아했구요. 3살 때부터 했어요. 모르시죠?피겨 스케이팅 선수 되는 게 꿈이었어요. 결국은 콩쿠르 나갔다가 안 돼가지고… 지금은 TV로 열심히 보죠.”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질문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준비 많이 해오셨나 봐요.”
김지연은 알고 있을까? 지난 2002년 그녀가 던진 ‘프러포즈’에 얼마나 많은 이 땅의 열혈 청춘들이 밤마다 오디오 앞에서 몸과 마음을 애달아했어야 했는지. 그녀의 감미로운 현 아래 청춘들의 심장은 또 얼마나 거칠게 뛰고, 간담은 버터처럼 녹아내렸는지.19일과 20일, 김지연은 ‘세레나타 노투르노’를 들고 LG아트센터의 무대에 선다. 이번에는 프러포즈에 이어 밤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드디어! 6년 전 우리들이 받았던 ‘프러포즈’를 그녀에게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장소협찬=음악전문 카페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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