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김지연“사랑을부르는세레나데그녀의현아래청춘의심장이뛴다”

입력 2008-05-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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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크로스오버 음반 ‘프러포즈’로 3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이 6년 만에 신보 ‘세레나타 노투르노’를 들고 돌아왔다. 정경화의 계보를 잇는 그녀에게는 늘 ‘바이올린의 여신’이란 말이 상표처럼 따라다닌다. 과연 화보 속의 그녀는 여신이라 불리기에 한 치도 부족함이 없을 당당함과 카리스마 위에 지극히 ‘여신스러운’ 요염함을 덧씌워놓고 있었다. 동행한 사진기자가 촬영부터 하자고 하니 “그럴까요?”하고는 거침없이(?) 옷을(물론 겉옷이다) 벗었다. 자신의 애기(愛器)를 치켜든 그녀의 모습은 5월의 숲을 황금마차로 달리는 여신처럼 근사하다. 가만히 있어도 온 몸에 선율이 흐르는 것만 같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활발했다. 에너지가 넘쳐 보이고, 무엇보다 유쾌하게 웃었다. 기자의 썰렁한 농담에도 그녀는 정말 재미있게 웃어주었다. 지면을 통해 대단히 감사드리는 바이다. #1. 새 음반은 밤의 연인 위한 노래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많이 바쁘시죠? “바쁘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도 가르치구요(그녀는 미국 달라스의 메소디스트 대학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전 한 가지만 하더라도 40, 50이렇게 못해요. 100다 해야 하지. 욕심을 내니깐. 그게 힘들어도 즐거워요.” - 연주는 많이 하시나요? “많이 하고 있죠. 거의 일주일에 한두 번? 외국에서는 주말에 연주가 많아요. 주중에는 학생들 가르치다가 오케스트라 협연이 있으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짐 챙겨 떠나고, 개인 리사이틀 같은 것은 뭐 전날 밤에 가도 되고.” - 이번에 나온 음반의 선곡은 직접 하신 겁니까? “세레나타 노투르노. 한국말로 번역하면… 밤의 연인을 위한 노래? 선곡은 음반사인 유니버셜과 같이 했어요. 시장 돌아가는 걸 프로듀서 같은 분들이 더 잘 아시니까. 그분들이 제시를 해 오면 내가 봐서 ‘이건 좋다’, ‘이건 싫다’하죠. 그런데 이번엔 제안해 온 곡들이 다 좋았어요. 새 음반은 정통 클래식에 가깝죠. 6년 전 ‘프러포즈’는 크로스오버였잖아요? ‘프러포즈’를 통해 처음 클래식을 접한 분들, ‘아! 바이올린 소리가 이렇구나’하고 알게 되신 분들을 이번엔 좀 더 클래식에 가깝게… 모셔와야죠. 하하” - 연습은 평소 얼마나 하시나요? “학생들한테도 평소 얘기하는데요. 연습은 육체적으로 바이올린을 잡고 하는 연습이 다가 아니다. 정신적으로 하는 연습. 곡을 소화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요구되거든요. 내 것을 만들려면, 깊이 파고들려면 바이올린 안 잡고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학교 끝나고 드라이브 하면서 집으로 올 때 차 안에서 생각을 한다든지, 걸을 때 머리 속으로… 학생뿐만 아니라 제 자신한테도 늘 강조해요. 몸으로 바이올린 하지 마라. 머리로, 마음으로… 그리고 몸과 마음이 모두 합쳐져서 하는 연주. 그런 아티스트를 추구하죠.” - 김지연씨도 어려서부터 천재소리 많이 들으셨죠? 많은 사람들이 음악은 기량뿐 아니라 ‘플러스알파’, 즉 인생의 풍부한 경험과 깨달음이 더해져야 비로소 명연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음악계를 보면 어린 천재들의 연주에서 마치 60대 거장의 숨결이 느껴질 때가 있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이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아마도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레코딩을 듣고 비슷하게 따라한다든지… 그런 영향이 없지 않아 있을 거예요. 나도 그랬으니까. 사실 어린 아이에게 오랜 삶의 연륜에서 얻어질 수 있는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건 솔직히 무리구요.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음악이 계속해서 무르익어가야죠. 그래야 자기만의 소리, 자기만의 음악해석, 자기만의 세계가 나오게 되고, 그러면서 더 음악을 즐기게 되는 거죠.” - 예전에 녹음한 음반을 들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 옛날 음반 듣는 거 되게 힘들어해요. 하하하! 아쉬운 점이 많죠. 그런데 ‘내가 이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구나’, ‘지금하고 많이 다르네?’ 하면서 신기할 때도 있어요. 첫 앨범을 스물한 살에 냈었는데. 당시는 내 음악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많이 못 하던 때라… 대학교 때부터 음악을 좀 깨닫게 되고, 더 연구하고 싶어지고, 그랬거든요. 지금 똑같은 곡을 연주했을 때하고 아무래도 많이 다르죠.” - 정통 클래식 음악인들이 꺼리는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요, 오디언스(관객)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린 퍼포밍(공연) 아티스트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즐겁게 해 줘야죠. 그래야 나도 즐겁고. 어떻게 하면 그분들을 좀 더 가까이 클래식으로 ‘모시고’ 올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해요. 그 분들이 없으면 나도 없으니까. 음악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죠.” #2. 바이올린은 나의 목소리 연주가는 작곡자와 관객의 딱 중간에 서 있는 존재다. 김지연은 위대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관객들에게 ‘이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작곡자를 등 뒤에 세운 채 관객을 향해 손을 내민다. 정통 음악인들이 ‘우습게 아는’ 크로스오버 음반을 낸 이유도 바로 관객들에게 손을 내미는 작업의 하나다. - 리허설을 즐기는 편입니까? “즐겨요. 좋아해요. 호흡이 잘 맞아야 음악할 때도 기분이 좋으니까.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 같은 경우 협연할 때 두 번 정도 연습하고 바로 무대로 올라가요.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리허설 1시간 전쯤에 지휘자님을 먼저 만나서 호흡을 맞추죠. 의견이 다르면 그때 해결을 다 봐야 해요. 연주가 시작되면 오케스트라의 눈은 솔리스트가 아니라 지휘자에게 가니까. 내가 갖고 있는 음악성, 표현, 음색 같은 걸 지휘자님이 다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지휘자님들을 만날 때마다 똑같은 곡을 하더라도 그 사람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의견 등이 굉장히 흥미로워요. 나도 그걸 흡수할 수 있고.” - 김지연에게 바이올린은 어떤 악기인가요? “내 목소리죠. 내 자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나는 바이올린을 통해서 노래하는 사람이죠. 아무리 테크니컬하고 어려운 곡이라고 해도 노래를 하면 듣는 사람도 기분 좋고, 하는 사람도 좋고. 우린 연주하는 ‘기계’가 아니거든요?” - 스스로 ‘오늘 연주는 좋았다’, ‘나빴다’를 어떻게 판단합니까? “어떨 때는 연주를 하면서 내 몸에 전율을 느낄 때가 있어요. 너무 좋아서. 그땐 정말 좋은 연주였다고 생각하죠. 반대로 가끔은 내가 내 몸 밖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떨어져서 내가 연주하는 내 모습을 보는 거죠. 그건 싫어요. 기분 나쁘죠. 내 자신이 흠뻑 음악에 묻어서 나오지를 못했다는 거니까.” - 주 레퍼토리는 어떤 곡들입니까? 특별히 선호하는 작곡가가 있다면? “리사이틀 프로그램 보시면 아시잖아요, 하하! 전 편견 같은 게 거의 없는 편이에요. 갖기 시작하면 목(目)이 좁아지죠.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공부 많이 하고, 연주도 많이 하고, 나이도 많이 들었을 때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더 깊어지는 거 같고, ‘내가 정말 모르고 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게 음악인 거 같아요. 하면 할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요.” #3. 가장 어려운 베토벤 도전해요 연주자라면 이런저런 이유로 연주를 기피하는 곡들이 있기 마련이다. 김지연에게는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그랬다. 베토벤의 콘체르토는 연주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난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지연에 의하면 ‘노트(음표)와 노트 사이가 굉장히 중요’하고 ‘마음과 머리를 갖고 연주해야 하는’ 곡이다. 그래서 김지연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베토벤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올 11월 드디어 그녀가 베토벤에 도전한다. 지휘는 정명훈이 맡게 된다고 한다. - 혹시 스포츠는 좋아하십니까? “피겨 스케이팅! 어려서부터 굉장히 좋아했구요. 3살 때부터 했어요. 모르시죠?피겨 스케이팅 선수 되는 게 꿈이었어요. 결국은 콩쿠르 나갔다가 안 돼가지고… 지금은 TV로 열심히 보죠.”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질문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준비 많이 해오셨나 봐요.” 김지연은 알고 있을까? 지난 2002년 그녀가 던진 ‘프러포즈’에 얼마나 많은 이 땅의 열혈 청춘들이 밤마다 오디오 앞에서 몸과 마음을 애달아했어야 했는지. 그녀의 감미로운 현 아래 청춘들의 심장은 또 얼마나 거칠게 뛰고, 간담은 버터처럼 녹아내렸는지.19일과 20일, 김지연은 ‘세레나타 노투르노’를 들고 LG아트센터의 무대에 선다. 이번에는 프러포즈에 이어 밤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드디어! 6년 전 우리들이 받았던 ‘프러포즈’를 그녀에게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장소협찬=음악전문 카페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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