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그라운드떠나는마이크피아자

입력 2008-05-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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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에서 박찬호 선수와 호흡을 맞춰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한 마이크 피아자(사진)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내 인생의 새 장을 열 시간이 왔다. 지금까지 놀라운 여정이었다. 이제 미련없이 내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요. 그의 말을 충분히 공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피아자는 무뚝뚝하고 아주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말수가 적다보니 때론 야구장에 있는지 없는지 잘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비행기에서도, 버스에서도 항상 혼자였고 간혹 팀메이트가 조크를 하면 살짝 웃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렇다보니 직원들은 물론이고 많은선수들조차 그를 어려워했습니다. 저도 8년 동안 메츠에서 근무했지만 그와 대화를 나눈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서재응 선수가 선발투수였기 때문에 5일에 한번씩은 그와 상대팀 타자들을 같이 분석하는 기회가 있었지만 농담은 언감생심, 그저 업무적인 얘기가 전부였습니다. 메츠 시절로만 보면 주장 존 프랑코 정도가 그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정도였답니다. 볼배합에 대한 불편함은 조금 있었지만 서재응 선수와의 관계는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타석에서 공을 잇따라 커트해내 파울을 만드는 서재응 선수의 타격능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가끔은 한국음식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그건 박찬호 선수와 다저스 시절 인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용한 그가 많은 선수들을 놀라게 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2003년시즌 후반기 몬트리올 원정 때였습니다. 노장선수들과 식당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조용하던 클럽하우스에서 갑자기 비명소리와 함께 가구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들 깜짝 놀라 나가보니 방금전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피아자가 배트를 휘두르며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을 부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메츠는 플레이오프와 거리도 멀었을 뿐만 아니라 별로 의미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런 경기에서 삼진을 당했다는 이유 하나로 괴성을 지르며 이성을 잃어버린 모습은 야구에 대한 열성과 정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피아자가 라소다 감독의 추천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 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390번째로 선택된 선수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한 집안의 경제력을 떠나 야구인생 자체는 순탄치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샌디에이고 원정 중 우연치 않게 그와 짧게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침 TV에서 메츠의 전설적인 투수 톰 시버가 해설을 하고 있었는데 피아자는 대뜸 이러는 겁니다. “나는 은퇴하고 나면 저 사람처럼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사라질 거야.” 은퇴사에서 “미련없이 내 갈길을 가겠다”던 피아자의 말과 오버랩되는 부분이죠. 다시는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1389명을 추월한 그의 야구선수로서의 삶은 많은 야구팬들의 기억에 오랫 동안 남아있지 않을까요.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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