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이호림,연습대로만하면메달권인데…”

입력 2008-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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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강초현(26·한화갤러리아)이 은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서울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던 한 소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며칠 뒤 특별활동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눈에 띈 것은 단연 사격부. “마지막 발 실수로 2등을 하고도 환하게 웃는 (강)초현 언니가 너무 멋있었어요.” 그렇게 8년이 흘렀다. 이호림(20·한체대·사진)은 베이징올림픽에서 10m공기권총과 25m권총에 출전한다. 대표팀 이휘석 코치는 “워낙 기본기가 뛰어나 정지동작과 격발 등 기술적인 부분은 완벽에 가깝다”면서 “자신의 기록만 유지한다면 올림픽에서 충분히 메달권”이라고 했다. 이호림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사격신동. 서울체고 1학년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는 좋은 기록을 유지하다 마지막에 미끄러졌다. 이호림은 “네 기록만 유지하면 아테네에 갈 수 있다는 말에 큰 부담을 받았다”고 했다. 베이징에서도 가장 큰 적은 자기 안에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이 도리어 해가 됐다”면서 “기록이 안나오면 어쩌나하는 생각 때문에 욕심을 부렸고, 몸에 힘이 들어갔다”고 했다. “저 이제 많이 뻔뻔해 졌어요.” 어린 나이지만 대표경력 5년. ‘최선을 다했다면 기록이 안 나와도 창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TV카메라가 들이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한다. 이휘석 코치는 “사격은 베테랑이 부담감도 더 크다”면서 “연습 기록을 실전에서 낼 수 있는 담력이 메달의 관건”이라고 했다. “(제가 초현언니를 보고 그랬듯이) 저를 보고 사격을 꿈꾸는 후배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제2의 강초현을 꿈꾸는 이호림. 다음 올림픽에서는 제2의 이호림이다. 창원|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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