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친구야미워해서진짜미안해

입력 2008-06-24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게는 알고 지낸 지 벌써 15년이나 된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 새내기 때 만나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지만, 어딜 가든 항상 같이 다녔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혈액형이 O형으로 아주 활달한 성격이었고, 저는 AB형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입니다. 극과 극일 것 같았지만, 학교 다니는 내내 바늘과 실처럼 항상 붙어 다녔습니다. 대학 다닐 때 제가 남몰래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친구는 저를 위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다 알아봐줬습니다. 그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었으며, 그 사람 앞에서 자기 자신은 바보가 되더라도 제가 돋보이도록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웠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각자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바로 취업을 했지만, 친구는 중국어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은 같이 붙어 다녔는데, 서울로 보내던 날 너무 슬프고 가슴 아파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친구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때때로 그 친구에게 용돈을 보내주거나, 쌀 같은 먹을거리를 보내주곤 했습니다. 유창한 중국어로 말을 하는 친구를 볼 때면 참 부럽다 생각을 했고, 자신이 원하던 관광가이드가 됐을 때는 참 장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시간이 흘러 제가 먼저 결혼하고 1년 후엔 그 친구가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서 이상하게 그 친구와 제 자신을 자꾸 비교하게 됐습니다. 친구가 시어머니께 받았다는 예단이며 패물들, 그리고 시댁에서 받는 귀여움까지 처음엔 그냥 부럽다고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왜 저 친구가 나보다 더 나은 결혼생활을 하는 거지?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괜히 남편에게 짜증 아닌 짜증을 내기도 했고, 시어머님께도 괜히 섭섭해서 불만만 쌓여갔습니다. 그러다 저희 두 사람은 나란히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습니다. 친구는 첫째 아이였고, 저는 둘째였습니다. 그 친구는 출산 준비물도 모두 최고로 좋은 걸로만 준비했고, 산후조리원도 VIP실에서 3주나 있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3주나 더 도우미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출산 준비물도 첫째가 쓰던 거 그냥 쓰면서 젖병만 3개 더 샀고, 산후조리원은 아예 들어가 보지도 못 했습니다. 겨우 2주 동안 산후도우미 불러서 썼습니다. 저는 그 때 모유수유를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나이 차가 많이 안 나서, 둘 다 돌보려니 그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제 손을 필요로 하는 첫째에게 신경 써야 하고, 집안일도 다 맡아서 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갓난쟁이 둘째도 돌봐야하는데 제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습니다. 결국 첫째한테 시도하다가 실패했던 모유수유를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모유수유를 시도하고 있던 제 친구는 모유수유까지 성공해서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고 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너무 슬펐습니다. 그 친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아끼는데, 이상하게 제 마음은 못 되게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제가 힘들 때마다 진심으로 아파하고 곁에서 도와줬는데, 내가 왜 이렇게 변하나 마음이 참 복잡했습니다. 능력 좋은 시부모와 친정부모를 둔 그 친구가 부럽기만 했고, 흔히 말하는 산후 우울증이 그 친구 때문에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밤늦게 그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이 아기를 전혀 봐 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는 얘기와, 시댁에서 첫째를 딸로 낳았다고 무조건 아들 낳을 때까지 계속 낳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다는 친구의 하소연이었습니다. 그 친구 얘기를 듣는데, ‘그래. 그래도 우리 남편은 애들도 잘 봐주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지. 그리고 시어머님도 대놓고 아들 낳으라는 말씀은 안 하시잖아’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그 전화를 받고 나니, ‘그래 사람이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는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구나’ 하는 반성이 되고, 그 동안의 일들이 참 미안해졌습니다. 제게 위안을 줄 수도 있는 친구인데, 제가 왜 그렇게 옹졸하게 굴었는지… 이제는 제 친구 잘∼ 되라고, 예전처럼 기도도 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울산 남구 | 이은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