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경기의 흐름을 뺏기는 건 정말 한 순간이다. 한화가 뼈아픈 실책성 플레이 하나로 롯데 4번타자 이대호의 기를 완전히 살려줬다.
27일 사직구장 1회말 2사 2루. 2년 전 투타 동반 ‘트리플크라운’을 이뤄냈던 한화 선발 류현진과 이대호가 맞섰다. 초구를 관중석으로 날려보낸 이대호는 2구째에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는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다. 포수 신경현과 유격수 김민재, 1루수 김태균이 일제히 달려 들어왔다. 셋 중 누구라도 잡을 수 있는 타구.
그 때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김태균과 포구 위치를 잡고 있던 신경현 사이에 혼선이 생겼다. 두 사람이 서로 부딪칠까 멈칫 하는 사이에 공은 잔디 위로 뚝 떨어졌다.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어봤자 상황은 이미 엎질러진 물.
덕아웃으로 몸을 돌리던 류현진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대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대호는 새 힘을 얻었다. 잠시 후. 이대호는 류현진이 던진 몸쪽 높은 직구(145km)를 잡아당겨 비거리 120m짜리 선제 2점포를 쏘아올렸다. 그 여파는 생각보다 더 오래갔다. 완전히 기세가 오른 이대호가 3회 2사 1·3루에서 또다시 좌월 3점홈런을 터뜨렸으니 말이다. 나란히 무안타에 그친 김태균과 신경현은 두 번째 다이아몬드를 도는 이대호를 멍하니 바라봐야 했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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