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립]선수들의강한동기는애국심

입력 2008-07-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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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들에겐 진검 승부라는 것이 존재한다. 종목과 선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스타선수들 중 그런 승부근성 없이 성공한 선수는 없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연봉 선수인 ‘국민타자’ 이승엽이 102일간이란 오랜 2군 생활을 끝내고 지난 금요일 1군에 복귀했다. 검게 탄 얼굴은 2군에서 경기하는 동안의 고생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도쿄돔에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면서 마음도 저렇게 까맣게 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엽은 국내에서 슈퍼스타로 활약할 때에도 나이에 비해 사려 깊은 언행과 함께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지난 3월말 개막전 야쿠르트와의 경기 때 그의 왼손 엄지손가락을 감싼 테이프 모습을 보면서 수술 후유증이 아직 남았거나 아직 완전치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이 질문 해오면 수술한 것은 별 지장이 안 된다는 투로 답했다. 변명처럼 비춰질 수도 있기에 구질구질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치르는 센트럴리그 5게임의 성적이 어떻든 일본내의 따가운 눈총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야구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큰 경계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일본야구계의 묘한 분위기와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도 부상, 부진으로 팀 기여도가 없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국가대표팀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로 태극기를 달고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후 대표팀 차출에 소극적이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인 선수가 없지 않다. 그런 상황은 인기종목인 프로축구, 농구, 배구 등에도 이기심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있다고 들었다. 프로스포츠 출범 후 그런 추세는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만 하더라도 병역 미필자가 대다수인 것 역시 확실한 동기 부여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김경문 감독도 염두에 두었다고 본다. 프로선수들의 배부른 여유로움은 올림픽 때 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선전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비교되었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런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베이징 올림픽은 국내의 어려운 환경과 무거운 분위기와 맞물린 가운데 열흘 정도 후면 개막된다. 지난 시절 체육에 대한 무관심으로 한국체육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태릉선수촌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현실 속에 4년을 기다려온 남녀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검승부를 펼친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체육정책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올림픽 대표팀의 선전으로 국내 분위기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승엽의 경우처럼 애국심보다 강한 동기부여와 무기는 없다. 문제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자기희생을 하면서 조국을 위해 뛰는 동안만 정부가 반짝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속에 정책적 지원이 신정부에서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체육이란 두 글자를 추가시키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된 후의 첫 올림픽을 지켜보는 체육인들은 전 정부와 같이 선수들의 애국심에 크게 의존하거나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코치,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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