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바둑관전기]휘발류냐청정지하수냐

입력 2008-07-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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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석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싸움닭!’ 싸움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기사들도 백홍석 앞에선 한 수 접는다. 그 만큼 그는 싸움을 즐기고, 싸움을 잘 한다. 치고 빠지는 법도 별로 없다. 오로지 전진, 전진! 그를 상대로 감히 ‘맞짱’을 뜨다 허리가 꺾인 이들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래서 많은 기사들이 백홍석을 만나면 아웃복싱을 펼친다. 빠른 발을 이용해 슬쩍 슬쩍 그의 도발을 피하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백홍석의 주먹을 겨드랑이에 끼고 몸을 맞댄다. 그러다 역전의 ‘한 방’이 터지면 좋고, 아니면 판정으로 가겠다는 심산이다. 요즘 이런 전법으로 백홍석에게 재미를 보는 기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사활의 귀신’ 권오민은 모호하다. 이렇다 할 기풍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의 무개성함은, 거꾸로 그의 개성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은 반드시 개성이 있어야 한다’라는 현대의 목소리에 온 몸으로 반박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오래갈 것이다. 인류 탄생 이래 가장 오래도록 애용된 음료수는 무미한 물이다. <실전> 백1. <해설1> 1로 단수를 치고 싶은가? 흑은 2로 역단수를 친 뒤 백3에는 흑4로 이어갈 것이다. 미리 흑▲와 백△의 교환이 되어 있기에 이것은 흑이 너무도 좋은 모양이다. 백은 당장 자리를 깔고 누울지언정 이렇게 만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전> 흑은 왜 16으로 받았을까? 작아 보이는 곳을 왜 이렇게 순순히 받아줘야만 했을까? <해설2>가 답이다. 흑이 손을 빼면 백은 1로 늘어 작전을 걸어 올 것이다. 흑2에는 백3으로 끊어 슬슬 마수를 편다. 백11까지, 흑이 잡히게 된다. 백홍석의 파이팅과 권오민의 밋밋함이 반상을 빼곡히 채워가고 있다. 물과 불의 대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휘발유와 청정 지하수’의 대결이 되어 가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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