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컨디션완벽…아직죽지않았다”

입력 2008-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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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승엽(32·요미우리)은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순하게만 보이던 두 눈이 형형히 빛났다.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이승엽’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승엽은 30일 오후 KE2708편을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다음달 1일 소집되는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대표팀 중심타선에 포진하게 될 이승엽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의식한 듯 “프로에게는 변명이 필요 없다. 난 여기서 끝이 아니고, 아직 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늘 겸손하고 온화한 답변으로 일관해온 그가 이처럼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승엽은 연봉 6억엔을 받는 초특급 용병이다. 하지만 올 시즌 엄지손가락 수술 후유증과 이에 따른 부진으로 102일 동안 2군에 머물러야 했다. 24일 가까스로 1군에 복귀해 홈런과 적시타를 때려냈지만 최근 2경기에서 연이어 선발 제외됐다. 내색은 안했어도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상했던 이승엽이다. 그는 “내 실력이 부족했다. 야구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면서도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뛴다면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는 단연 올림픽이다. 이승엽은 “최종 엔트리 발표 때 1군에 있었다면 솔직히 망설였을 것”이라고 털어놓은 뒤 “언제 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지는 모르지만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왔다. 절박한 마음으로 금메달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몸도 충분히 갖춰졌다고 했다. “2군에서 처음엔 치료와 마사지를 병행했고, 점차 훈련량을 늘리고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7월 들어 완벽한 상태로 돌아왔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다른 팀들에 정신력에서 앞선다고 본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나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지만 야구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후배들에게도 많은 얘기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위해 베이징행을 벼르고 있다. 일본 대표팀에 ‘이승엽 경계령’이 발동한 이유다. 귀국 직후 대구로 향한 이승엽은 31일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몸을 만들 예정이다. 김포공항|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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