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엄마8월달월급도기대하세요

입력 2008-08-0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저는 한 달 중 14일을 제일 좋아합니다. 왜냐고요? 바로 15일이 월급날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월급받는 바로 그 날이 좋다고 하지만, 막상 월급날에는 어떻게들 알고 덤비는 곳이 많은지 저는 그저 월급 타기 전날이 좋았습니다. 지난달부터 돈이 나오면 꼭 하늘거리는 시폰 원피스를 사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아이는 15일이 되기 무섭게 급식비를 두 달치나 한꺼번에 내야 한다며 제게 돈을 받아갔습니다. 그래서 돈이 생겨도 이래저래 내가 낳은 내 새끼들 먼저 챙기다 보니 이번 달에도 원피스는 물 건너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어디 이런 게 저 뿐인가요?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주부들은 다 마찬가지겠지요? 여름이면 물냉면 한 그릇 시원하게 먹고 싶어도, 예쁜 샌들 하나 사고 싶어도 우리 아이가 먼저고, 남편이 우선입니다. 이렇게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당신보다 우리들을 먼저 챙기셨던 친정엄마 생각이 자주 납니다. 9년 전에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66세인 저희 엄마는 지금까지도 재봉일을 하고 계십니다. 요즘은 불황이라 회사에서 오라는 날만 출근을 하신다는데, 그렇다 보니 한 달 봉급이 아니라 시급으로 돈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일이 없어서, 한 달 중에 보름 가까이 쉬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걱정도 많으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장녀인 제가 우리 형제들을 불러 모아서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우리 이제 들쑥날쑥 엄마한테 용돈 드리지 말고, 한 달에 한 번씩 한꺼번에 모아서 정해진 날에 엄마한테 월급을 드리는 건 어떨까?” 그러자 착한 우리 동생들은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이 제 의견에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형편이 형편인지라 많이 하지는 못합니다. 1인당 10만원씩 4남매가 40만원을 만들어 조금 늦었지만 봉투에 ‘7월 월급’ 이라고 큼지막하게 써서 엄마께 드렸습니다. 엄마는 ‘7월 월급’이라고 써있는 걸 보시고는 씨익 웃으시며 좋아하셨습니다. 앞으로 고정적으로 나갈 돈이 더 생겼지만 마음이 흐뭇하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여름에 기필코 사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제 시폰 원피스는 이제 언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전 행복합니다. 건강하게 학교에 잘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있고, 건강하신 우리 엄마가 제 옆에 계시니 그걸로도 대만족입니다. “엄마∼! 8월 월급도 기대하세요∼!” 전북 익산|김사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