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155㎝의검객…눈물로찌르고또찔렀다”

입력 2008-08-11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벌써 14년 전이네요. 그 때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한경미(39·성남여중) 코치는 눈시울을 적셨다. 8일, 한 코치는 베이징까지 날아왔다. 자신의 손으로 펜싱의 기본을 가르친 남현희(27·서울시청)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빼어났던 남현희는 성남여중 육상부에서 중·장거리선수였다. 한 코치는 “그렇게 뛰어난 순발력을 가진 선수는 내 생애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펜싱에서 유리하다는 왼손잡이. 남현희는 펜싱부로 스카우트됐다. 그 때부터 독했다. 남현희는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에서 가장 키가 작았다. 신장의 차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연습밖에 없었다. 근성까지 더한 천재는 고등학교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모차르트 곁에는 항상 살리에르가 있었다. 주변의 시샘 때문에 힘든 국가대표시절도 겪었고, 퇴촌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남현희는 현실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굽힘이 없었다. “승부근성이 강해서 그래요. 곧은 (남)현희를 보면 ‘참 훌륭한 인간으로 자랐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했죠.”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날, 한 코치는 전화를 걸었다. 남현희를 알기에 “성적은 상관없다”는 판에 박힌 말은 하지 않았다. 한 코치는 “그런 말들이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더 부담을 준다”고 했다. “꼭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그래야 모교(母校)도 신문에 나올 것 아니니?” 둘 은 화통하게 웃었다. 열흘 뒤, 남현희는 펜싱경기장에서 답을 줬다.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다”고. 스승의 응원소리가 커질수록 남현희의 페인트 동작은 날렵해졌다. 결승전 상대는 이탈리아의 발레티나 베잘리(34). 결승전을 앞둔 한 코치는 “(남)현희는 스피드 위주인데 오늘 풋워크가 너무 좋다”고 했다. 종료 4초를 남기고 5-6으로 재역전패. 하지만 남현희의 발은 빛났다. 불리한 신체조건(155cm)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움직여 온 발이었다. 남현희의 일기에는 발에 박힌 굳은살이 새겨져있었다. 그렇게 남현희는 한국여자펜싱 최초의 메달을 선사했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