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조절, 스피드, 노련미…. 정말 잘해요. 그 말 밖에는 없습니다.”
남현희(27·서울시청)는 “그래서 베잘리는 꼭 한 번 잡아보고 싶다”고 했다. 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34·이탈리아)는 이탈리아 펜싱의 전설이다. 올림픽 금메달만 4개. 세계선수권에서는 무려 9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 간 남현희는 베잘리와 4번 맞붙어 4번을 모두 졌다. 승리를 챙긴 것은 5점 승부인 단체전에서 한 번 뿐. 남현희는 2007년 한국펜싱사상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베잘리를 넘어야 진정한 1위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남현희는 지오반나 트릴리니(세계랭킹2위) 등 여자플뢰레 세계최강 이탈리아선수들에게 약점을 보였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다른 유럽선수들에 비해 신장이 작고, 남현희와 마찬가지로 스피드와 기술위주의 펜싱을 펼친다.
<스포츠동아> 김국현 해설위원(펜싱협회부회장)은 “특히, 베잘리는 블레이드센스가 좋다”고 했다. 블레이드 센스는 상대의 검과 부딪히는 것 만으로도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는 감각. 과히 펜싱의 여신이라 불릴 만하다.
당초 걱정은 심리적인 부담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현희는 불패의 여신을 만나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특히, 1회전에서 0-3으로 뒤지다가 2회전에서 3-3까지 따라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3회전 41초를 남기고 5-4로 역전에 성공했을 때는 금메달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최후의 4초를 남기고 베잘리의 귀신같은 블레이드센스에 분루를 삼켰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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