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없는‘馬력’빠져인생대반전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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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조교승인화려한이력,말타고싶어마필관리사응시
“말 귀신에 씐 거죠, 뭐.” 서울경마공원 54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상원(39) 조교승인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2001년 그가 마필관리사로 지원했을 당시 채용담당자가 그의 이력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건국대학교 사범대(체육교육학) 전체 수석입학, 총학생 회장, 리라초등학교 쇼트트랙 헤드코치, 쇼트트랙 국가대표 변천사 지도. 여기에 학창시절엔 전도유망한 육상선수를 지냈다. 마필관리사라는 직업은 특성상 상당한 기초체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시작되는 하루 일과가 그렇고 500kg에 육박하는 경주마를 다루는 작업은 엄청난 체력과 운동신경을 요한다. 한 씨는 타고난 스포츠맨이다. 화랑 축구대표팀(현 올림픽대표) 감독을 지낸 아버지(한창화)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운동을 접했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소년체전에 서울시 대표로 출전할 만큼 육상 부문에서 재질을 드러냈다. 1987년에는 국제 육상그랑프리 100m에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운동했던 육상선수 중에는 장재근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건축업계에서 일하는 등 ‘외도’를 하다가 쇼트트랙 코치로 다시금 체육계로 복귀했다. 그러다가 2000년 한국마사회가 시행하는 무료승마강습에서 우연히 말을 접하고는 인생에 대전환이 일어났다. 오로지 ‘말을 타고 싶다’라는 일념 하나로 마필관리사 공개채용에 응시했고, 필기와 실기를 모두 1등으로 통과하며 2001년부터 관리사의 길을 걷게 됐다. 2003년에는 그토록 갈망하던 조교승인 자격을 얻어 비로소 경주마를 타고 조교를 시킬 수 있게 됐다. 재수·3수생이 즐비한 조교승인자격 역시 한 번에 땄다. 경마공원사상 처음의 일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 안개가 깔린 경주로를 내달리는 느낌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한 씨는 웃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마방을 이끄는 조교사에 오르는 것. 조교사가 되기 위해선 마필관리사 2년, 조교승인 1년, 조교보 8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경마장의 ‘한 판 승부사’ 한상원. 한국경마사상 최단기 조교사의 꿈을 향해 그는 오늘도 경주로를 질주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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