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행복한아침편지]똥냄새때문에속상해요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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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축산농가에서 소, 돼지, 닭 등의 배설물을 모아다 비닐하우스 농가에 파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좀 별난 직업일 수도 있지만 비닐하우스 농가에선 좋은 거름을 얹을 수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 할 때는 남편 혼자서 했습니다. 혼자 너무 고생하는 게 안타까워서 하루는 제가 이른 새벽부터 쫓아 나와서 일을 도와줬습니다. 긴 장화를 신고 코팅 장갑까지 끼고 완전무장을 하고 작업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냄새가 정말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날은 왜 그렇게 몸이 아픈지, 그것도 일이라고 온 몸이 쑤셔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저는 또 다시 남편을 따라나섰습니다. 그 일이 남편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인 탓입니다. 남편을 따라 나오며 속으로 ‘남편도 하는 일인데 나라고 왜 못해’ 하고 다짐을 했더니 몇 번 만에 삽질이 익숙해졌습니다. 냄새도 별로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부터 남편은 운전석에 앉고, 저는 조수석에 앉아서 함께 일을 다녔습니다. 저희 부부 둘 다 뚜렷한 배움도 없고 기술도 없었지만, 그렇게 함께 다니니 웬만한 맞벌이 부부보다 수입도 조금 더 좋았습니다. 더욱 이를 악물고 휴일도 공휴일도 없이 일을 했습니다. ‘내년에는 생활이 나아지겠지’, ‘내후년이면 더 생활이 나아지겠지’ 그렇게 세월에 속으면서 이 일을 해온 지 벌써 30년이 흘렀습니다. 그 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답니다. 물론 그 중에 처음 5년은 제게 너무나 힘든 때였습니다. 매일 밖에 나가서 일을 하니 얼굴에는 기미가 잔뜩 끼어있었습니다. 손가락도 삽질을 너무 많이 해서, 조금씩 휘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볼 때마다 너무 초라하고 서러워서 툭하면 남편에게 당장 다른 직업 알아보라고 심통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아무리 수입이 좋다고 해도 부부가 일년 365일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툭하면 싸우게 되고, 으르렁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생각하며 6년이 되니까 다행히 목돈이 모아져 중장비 기계를 살 수가 있었고, 삽으로 퍼 날라야 하는 수작업도 훨씬 줄어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장비로 거름을 모두 모아놓고 남편이 트럭으로 운반하니까 일도 빠르고 수입도 더 많아졌습니다. 일석이조로 좋아졌답니다. 점심은 보온 도시락 통에 싸가서 추우나 더우나 차안에서 먹고, 혹시 몸에 밴 냄새가 이웃주민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밤늦게 집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저희 부부에게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래도 저희 부부의 몸에 밴 냄새나, 기계에 밴 냄새 때문에 가끔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너무 죄송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합니다. 축산도 사업이고 배설물도 누군가는 꼭 처리해야하는 일인데, 그 고약한 냄새를 어쩌지 못해 주변에 피해를 드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주변 마을 사람들께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부 열심히 살고 있고,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별난 직업 때문에 본의 아니게 민폐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저희 부부도 피해 끼치지 않게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경기도 남양 | 김재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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