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직안죽었어”…주부의힘

입력 2008-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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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인가, 제 앞으로 낯선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이름을 보니까 제 고등학교 단짝친구랑 똑같은 이름이었습니다. 혹시 그 친구가 보낸 건가 반신반의하며 열어보니 정말 제 고등학교 동창이 맞았습니다. 졸업 후 그 친구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겨서 그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저는 메일을 읽자마자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메일이 오가고, 그 친구랑 전화통화를 하게 됐습니다. 그 친구랑 한참 얘기를 하다가 저는 문득 제 자신이 초라해지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사법고시를 봤고, 1차는 합격해서 지금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그랬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크면 법조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자신의 꿈대로 이뤄나가고 있었습니다. 부럽기도 하고, 나는 그동안 뭘 했는지 갑자기 제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남편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해봤는데, 남편이 그 다음날 퇴근하고 오면서 제게 종이 한 장을 내미는 겁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어떤 아파트 회사에서 주부디자인 공모전을 주최하고 있다는 안내 글이었습니다. 남편은 “당신도 주부니까 한번 해봐. 당신 아이디어 좋잖아” 이러면서 도전 해보라고 했습니다. 전 자신도 없었고, 7살 된 아들과 18개월 된 쌍둥이 보는 것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몇 번씩이나 문자를 보내며 꼭 도전해 보라고 용기를 줬습니다. 마감 사흘을 남겨놓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게 됐습니다. 발표하는 날이 다가오자 저는 아침부터 잔뜩 기대가 되었습니다. 남편 먼저 출근시켜놓고 혼자 조용히 그 아파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세상에 ‘아직 심사중입니다. 확정되는 대로 개별연락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글이 남겨져 있는 겁니다. 전 속으로 ‘그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렸나? 그럼 나는 수상은 못 하겠네’하고 그냥 포기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제 휴대전화로 문자가 온 겁니다. 확인해 봤더니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되었다고 제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전 믿기지 않아서 얼른 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세상에 제가 동상을 수상한 겁니다. 며칠 후 상패도 도착하고, 상금도 입금이 된 겁니다. 그 날 퇴근해서 온 남편한테 상패와 상금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습니다. 남편은 축하한다고 제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동상이라니! 친구덕분에 우연히 시작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 일 덕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저를 위한 투자를 조금씩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난 주부인데 뭐… 집에 있는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 이러면서 의기소침했는데, 아무래도 그 생각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이 듭니다. 앞으로 저희 가족들에게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줄 거예요. 요즘 제 가슴 속에 에너지가 가득하답니다. 경북 구미 | 민선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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