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골프실력은 신기에 가깝다. 만일 북한 방송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일은 지금 당장 타이거 우즈와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이다. 생애 첫 라운드에서 11개의 홀인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진짜 실력이라면 타이거 우즈는 동네 연습장에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골프에 대한 주관이 극명하게 갈린다.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한 골프일화는 많다. 청와대에 골프연습장을 만들었고, 군자리코스(현 어린이대공원 위치)를 만들어 자주 라운드했다. 그는 공을 그린에 올리면 무조건 ‘OK’를 받고 홀아웃했다고 잘 알려져 있다. 허리를 굽히는 것을 싫어해서 퍼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라운드 하면서도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한양, 뉴코리아, 군자리코스 등을 자주 다녔는데 수행원 중에서 막걸리 통을 들고 따라 다닌 사람이 별도로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할 행동이지만 서슬 퍼런 그 시절에 안 되는 일이 뭐가 있었을까.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은 골프장 건설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골프를 무척 좋아해 시간이 나면 골프장을 찾은 반면, 노태우 대통령은 드러내 놓고 골프를 즐기지 않았다. 평소 성격대로였다. 수십 개에 불과하던 골프장은 5공과 6공화국 시기에 몇 배가 증가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공무원의 골프 금지령’까지 선포해 골프와 담을 쌓고 살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어 놓았던 청와대의 골프연습장도 없앴다.
김대중 대통령은 골프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1999년 제80회 전국체전 공식행사 자리에서 “골프는 더 이상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스포츠다. 퍼블릭코스를 개발해 서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종목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골프대중화’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골프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동력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취임 초기 청남대와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 측근들과 함께 여러 차례 라운드하면서 갈고 닦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평균 스코어는 보기플레이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직 대통령과 비교하면 자주 라운드 한 편이다. 장비에도 관심이 많아서 클럽을 여러 번 교체하기도 했다. 부인 권양숙 여사도 골프를 좋아했는데 실력 면에서는 노 대통령보다 낫다는 후문이다.
정치인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관리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중독성 때문에 간혹 본업을 제쳐두고 골프에 몰두했다가 구설수에 오르는 정치인들이 허다하다. 전국은 물난리로 정신이 없는데, 속 편한 정치인들끼리 ‘굿샷’을 연호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맡은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골프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고 목이 날아간 고위공직자 정치인은 부지기수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 누구와 골프를 쳤느냐가 몇 타를 쳤는지 보다 더 중요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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