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9개월 차인 스물 네 살의 새댁입니다. 현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따로 휴가라는 걸 갖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말 남편이 휴가를 얻은 바람에 시댁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시댁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제 남편이 세 살 때 시아버지께서 배를 타시다가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몸이 많이 불편해지셨고, 저희 어머님 혼자 30년 넘게 5남매를 농사일로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사정 탓인지 생활이 무척 어려웠는데, 저는 그 모습 보는 게 불편해서 시댁에 가는 걸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래도 부모님인데 잘해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난 휴가 때는 7시간에 걸쳐 시댁에 내려가게 됐습니다. 제가 저녁으로 맛있는 거 먹자고, 어머님께 “뭐 드시고 싶냐”고 여쭤봤더니 “삼겹살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읍내에 나가 장을 봐와서, 냉장고에 물건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남편은 냉장고 공간이 너무 없어서 장 봐온 물건을 넣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물건을 힘으로 꾹꾹 밀어 넣고는 남편에게 무심코 “우리 어머님께 냉장고 한 대 사드릴까?” 했습니다. 남편은 마치 제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흔쾌히 그러자고 대답을 했습니다. 저녁을 조금 일찍 먹은 뒤 시어머님을 모시고 냉장고를 보러 갔습니다. 그냥 적당한 가격으로 흰색 냉장고를 사드리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디자인도 다양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어머님이 언제 이런 냉장고 써보실까 싶어서 이왕 해드리는 거 좋은 것으로 해드리자 마음먹었습니다.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자주색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진 냉장고를 주문했습니다. 매장에서는 좋은 내색을 별로 하지 않으셨던 어머님께서 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시면서 “정말 고맙다”며 제 손을 꼭 잡아주셨습니다.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서울로 올라와선 친정어머니께 시댁에 냉장고 사드린 이야기를 했더니 친정어머니께서도 “잘 했다. 그 얘기 들으니까 내가 더 기분이 좋다. 시부모님 나이도 많으신데 잘 해드려야지. 빚 갚고 돈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쓸 때는 쓰고 사는 거야” 하셨습니다. 저는 괜히 친정에는 아무것도 못 해드린 게 미안해서 내년에 친정 집 이사 할 때 TV를 바꿔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쉬는 날에 시댁에 다녀온 거라 휴가 기분은 나지 않았지만, 시어머니께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며느리 칭찬을 많이 한다”고 말씀해주시니 제 마음이 참 뿌듯합니다. 앞으로는 종종 부모님 좋아하시는 일들을 해드리며 효부노릇을 해야겠습니다. 서울 강서 | 정보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