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고교야구가 한창 인기가 좋았을 때 라디오방송들은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전 경기를 중계했다. 지금도 고교야구에서는 가끔 벌어지지만 투수가 야수 위치에 있다가 팀이 위기에 몰리면 마운드에 서는 경우가 있었다. 당시 선발투수가 예상보다 일찍 무너지고 구원투수가 호투를 할 경우 해설자들은 한결같이 “오늘 선발투수를 잘못 기용했어요”라며 감독의 판단 미스를 지적했다. 이 상황은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이어졌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선발과 구원의 구분이 별로 없었다.
아울러 해설자들은 “바깥쪽 볼은 밀어치고, 몸쪽 볼은 당겨쳐야 합니다”라고 아주 그럴 듯한 해설을 했다. 과연 이 지적이 맞는 것일까. 야구이론상으로는 이상적인 타격 형태이지만 정답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인에서 아웃으로 나가는 스윙’이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를 거의 날마다 보면서 ‘바깥쪽 볼은 밀어치고, 몸쪽 볼은 당겨쳐야 한다’는 해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실례로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를 보자. 우타자인 지터는 몸쪽 코스의 볼을 우전안타로 연결시킨다. 스윙이 ‘인에서 아웃’으로 나간다. 메이저리그에는 몸쪽 볼을 인에서 아웃으로 스윙하는 타자들이 꽤 많다. 힘 좋은 타자들은 바깥쪽 볼 역시 잡아당기는 풀히팅을 한다.
이제는 선발이 조기에 무너진 뒤 구원투수가 잘 던졌다고 “오늘 선발투수를 잘못 기용했다”는 해설은 들을 수 없다. 선발과 구원은 경기에 대비하는 것부터가 다르다. 투구수를 제한하고, 4일 휴식 후 등판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은 130여년의 메이저리그 역사 동안 가장 효과적인데다 투수 부상을 방지하고 선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롯데 자이언츠를 담당할 때 겨울에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인스트럭터가 온 적이 있다. 당시 이 인스트럭터는 ‘투심패스트볼’을 강조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는 투심패스트볼이 대세였다. 1988년 LA 다저스의 오렐 허샤이저가 59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작성했을 때 그의 주무기가 투심패스트볼이었다.
인스트럭터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볼이 가장 빠른 박동희(작고)에게 투심패스트볼을 전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구력이 불안했던 박동희는 투심패스트볼을 끝내 터득하지 못했다. 그 때 국내 프로야구에서 투심패스트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선수와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
컷패스트볼도 마찬가지다. 컷패스트볼이 일반화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뉴욕 양키스 마리아노 리베라가 주무기로 사용했고, 좌완들이 레퍼토리로 추가했다. 이제는 국내에도 ‘커터’로 통용되며 많은 투수들이 구사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역사가 짧은 탓에 이론적인 정립이 제대로 안 돼있는 게 사실이다. 지도자의 경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모방은 제2의 창조다. 요즘은 국내에서 미국의 교육리그 파견도 줄어들고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문상열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