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버·기술·지원으로쌓아올린‘핑퐁장성’

입력 2008-10-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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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탁구왜강한가
베이징올림픽 탁구 종목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은 개최국 중국의 몫이었다. 개인전에서는 시상대를 모두 중국선수들이 독차지했다. 세계 랭킹 상위권도 중국선수의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탁구계에서는 중국을 ‘공공의 적’으로 삼고 있으며,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과연 중국 탁구는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일까. 그 비밀은 무엇일까. 이번 주 ‘스포츠 &사이언스’에서 중국탁구의 비밀을 캐본다. ○그들만의 특별한 무기 ‘라버’ 중국탁구에서 덩야핑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신화’이다. 145cm 작은 체구지만 매서운 눈매, 그리고 금방이라도 테이블에 빨려 들어갈 듯한 집중력과 파이팅은 어느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덩야핑이 대표에 선발될 당시 많은 지도자들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지도자들을 쑥스럽게 만들었다. 덩야핑은 92바로셀로나올림픽과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여자단식과 복식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호령했다. 90년대 이후 세계를 제패한 중국 여자 탁구는 덩야핑은 물론이고 왕난, 장이닝으로 이어졌고, 남자는 류궈량, 공링후이, 마린으로 최강의 맥을 이어왔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우선으로 꼽는 것이 바로 독특한 라버이다. 덩야핑은 라켓의 앞면과 뒷면에 평면 라버와 핌플(pimple)성 이질 라버를 사용했다. 이질 라버는 공의 회전을 제압, 무회전으로 보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중국의 평면 라버는 일반 평면 라버와 형태는 같으나, 탄성이 작고 점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탄성 보다는 점성 강한 라버 선호 라버의 특성은 탁구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개의 선수들은 탄성이 높은 라버를 선호한다. 작은 힘으로 강한 임팩트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국선수들은 다르다. 탄성이 강한 라버 보다는 점성이 큰 라버를 선호한다. 라버의 점성이 크면 임팩트 때 공의 마찰력은 높아지지만, 임팩트의 탄성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즉, 라버의 탄성력과 마찰력은 상호 반비례한다. 일반 선수들이 중국의 평면 라버를 사용하면, 임팩트 감각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중국 선수들처럼 강한 회전력을 구사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결국 중국은 탄성력은 다소 손해를 볼지라도 강한 회전력을 위해 점성 라버를 선택한 셈이다. 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임팩트 파워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탁구기술의 핵심은 공의 회전력에 있다. 임팩트 파워와 공의 회전을 상대가 제압하지 못하면 승부는 이미 갈린 것이다. 임팩트 기술을 설명할 때 ‘잡아서 친다’, ‘묻힌다’ ‘두껍게 친다’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공의 마찰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기술을 의미한다. 강한 마찰력은 순간적인 임팩트의 파워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공의 위력이 나타난다.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중국 선수들은 서비스나 리시브의 득점율이 일반 선수들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서비스와 리시브의 득점력이 높다는 것은 임팩트 타구와 마찰력의 위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탁구 스윙은 골프나 야구의 스윙동작에서 임팩트 순간 왼쪽 지지발의 순간적인 제동력(breaking force)을 이용하는 기술과 동일하다. 순간적인 제동력을 발휘하는 것은 지지하는 하체를 이용해 허리의 힘으로 스윙, 효과를 배가 시키는 기술이다. 이는 바로 탁구 스윙의 가장 중요한 기본기술이다. 이러한 기본기술이 안정될 때, 감각적인 리듬과 타이밍의 기술이 한계를 넘어 발전되는 것이다. 순간적인 허리 회전을 이용해 체중을 실어내는 중국 선수들의 스윙 기술은 탄성력이 떨어지는 점성 라버의 탄성력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안정된 기본기, 감각적인 기술로 세계 제패 이러한 라버 선택이나 기술적인 측면 이외에도 중국탁구가 강한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중국은 등록선수가 2000만명이 넘는 두꺼운 선수 층을 갖고 있고, 탁구를 국기라 할 만큼 생활체육의 저변이 넓으며, 정부의 지대한 정책적 관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선수들의 안정된 기본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이 안정된 기본기술이다. 고급 기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기본기술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양말이 젖을 정도로 심혈을 다하는 지독한 훈련양이다. 중국 선수들의 훈련은 극비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들이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탁구는 매우 높은 집중력과 감각적인 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구질의 선수들을 보다 많이 경험할 때 감각적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중국에는 한국의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러한 수준 높은 다양한 훈련 파트너에서 얻는 구질 감각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의 장점이기도 하다. 기본기와 감각적인 기술은 어린 시기에 완성되어야 한다. 성인이 되어서 기본기술을 교정하거나 스윙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순호 KISS 책임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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