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원의일본연예통신]오가타켄과가세타이슈의엇갈린행보

입력 2008-10-12 04: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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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틀 간격으로 일본 종합지의 사회면을 장식한 두 배우가 있다. 가세 타이슈와 오가타 켄이 그 주인공이다. 연예인이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사건 사고에 휘말렸거나 사망했을 때이다. 가세 타이슈는 전자였고 오가타 켄은 후자였다. 이들은 배우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대조적으로 나타냈다. 가세 타이슈(39)는 지난 6일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며 날개 없이 추락한 배우의 사례로 조명을 받았다. 자택에서 대마를 재배해 상습 흡연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90년 그룹 ‘서던 올스타즈’의 구와다 케이스케가 연출한 영화의 주인공로 화려하게 데뷔해 한 때 오다 유지 등과 함께 ‘트렌디드라마의 3대 스타’로서 인기를 누린 배우였다. 소속사와의 마찰, 불륜 소동 등 이런저런 스캔들로 잡음을 빚어 내리막길을 걷고 만 그는 대만 등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재기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경찰 신세까지 지기에 이르렀다. 일본 미디어는 가세 타이슈의 대마초 흡연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유난히 진땀을 많이 흘리더라는 동료 연기자의 증언, 결혼 당시 ‘절대 아내한테만 충실한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가 불륜으로 파경을 맞은 과거의 언행불일치 이슈 등을 되새기며 가차 없는 칼날을 들이댔다. 반면 연일 일본 미디어를 점령한 오가타 켄의 영면 소식은 한편의 감동적인 위인전과 같았다. 지난 5일 향년 71세로 세상을 떠난 오가타 켄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걸작 ‘나라야마 부시코’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다. 로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현역배우의 열정을 과시했다. 방송사가 편성표를 급히 교체해 추모 특집, 생전 작품 등을 내보낼 정도로 뜨거운 추모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배우로서 오가타 켄의 업적이 크다는 점도 물론 이유가 됐지만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흥분해 마지않는 ‘장인 정신’을 보여준 극적인 마지막 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오가타 켄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것은 3일 뒤였다. 8년 전부터 간질환을 앓아왔지만 연기활동에 지장을 주기 싫다며 ‘절대 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이 투병 사실을 감춰온 일도 뒤늦게 밝혀졌다. ‘ 노련한 배우가 아니라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명언을 들려주는 장면, 올해 1월 ‘죽으려면 아직 멀었다’며 연기활동에 대한 변함없는 에너지를 과시한 공식석상의 모습 등을 일본 방송은 온종일 반복적으로 내보내며 고인의 ‘배우 혼’을 기렸다. 쟁쟁한 일본 스타들이 우르르 주옥같은 추모의 코멘트를 발표한 것도 고인에 대한 세간의 안타까운 심정을 북돋웠다. 오가타 켄이 지난 7월 말 촬영을 끝낸 후지TV의 새 드라마 ‘바람의 정원’은 9일 첫 방송에서 20.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배우는 젊은 나이에 위법 행위를 저질러 배우 인생의 종말을 맞을 위기에 처했으며 한 배우는 세상과 작별했지만 두고두고 아름답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아있게 됐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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