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강행군촬영장①] 4가지신풍속도

입력 2008-10-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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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대본에밤샘촬영…배우퀵배달도…
《‘쪽대본’과 방송 직전 편집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환경은 개선되지 않은 채 악화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의 고질병으로 인식되면서 항상 경계대상으로 거론되어온 이 같은 제작환경은 ‘생방송 드라마’라는 말까지 낳았다. 그 만큼 제작현장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노트북 컴퓨터가 촬영장 필수품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오토바이 등의 이색 교통수단을 이용해 촬영장을 오가는 배우들도 등장했다. ‘스포츠동아’가 ‘생방송 드라마’가 만들어낸 촬영장 신풍속도를 들여다봤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현 제작환경을 진단하는 한편 방영을 한 달여 앞둔 방송 3사의 주요 드라마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환경이 바뀌면 이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생방송 드라마’ 현장에서도 ‘피할 수 없으면 익숙해지라’는 교훈을 몸소 실천하는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들이 공존한다. ‘방송 드라마’의 등장이 만들어낸 촬영장의 신(新) 풍속도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급박하게 진행되는 촬영현장에 지능적으로 적응한 영리한 배우들부터 촬영장 밖에서 제작진을 지원하는 애청자들까지 사례가 다양하다. 1. 덧칠분장 “지울 시간없다 화장위에 화장” ‘얼굴이 유화도 아닌데….’ 배우 손예진은 5월부터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촬영하는 두 달 동안 남모를 고충을 겪었다. 방영일자에 쫓겨 밤샘촬영을 계속한 탓에 분장을 고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자연히 화장을 한 얼굴에 여러 차례 덧칠을 하는 방법으로 카메라 앞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촬영 당시 만난 손예진은 “꼬박 이틀 동안 화장을 지우지 못하고 덧칠만 하기도 했다”며 “촬영이 급하게 진행되고 있어 예쁜 얼굴과 깨끗한 피부는 욕심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여배우는 늘 외모를 가꾸고 싶어 한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마지막회 방영을 불과 6시간 앞두고 촬영이 끝날 정도로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된 탓에 손예진은 매끈한 피부를 과감히 포기했다. 2. 급할땐 ‘퀵 오토바이’ “차보다 빠르다…안전은 나중에” 드라마 촬영장에 낱장으로 날아오는 ‘쪽대본’으로 가장 난감한 경우는 야외촬영 때이다. 장소섭외부터 배우와 제작진의 이동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배우 남상미를 스타덤에 올린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는 작품성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촬영장은 쪽대본으로 몸살을 앓았다. 급하게 잡힌 야외촬영이 있을 때면 남상미는 이동을 위해 자신의 차량 대신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이용했다. 촉박한 촬영 시간으로 인해 이동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오토바이에까지 몸을 실을 정도로 열정을 보인 남상미는 이런 노력 덕분에 ‘달콤한 스파이’를 통해 ‘얼짱’ 연예인 이미지 대신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3. 노트북을 켜라 “이메일 쪽대본 받고 바로 큐!” 드라마 촬영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노트북 컴퓨터와 무선인터넷 카드가 필수품으로 등장한 것도 바로 ‘생방송 드라마’에 대처하기 위한 배우들의 자구책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대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배우들에게 작가들은 이메일로 쪽대본을 보내고 이를 무선인터넷으로 받아 곧바로 촬영을 시작하는 식이다.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빠르게 이메일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촬영장에 나설 때면 노트북 컴퓨터와 무선인터넷 카드를 잊지 않고 챙긴다. 한 연기자 매니저는 “과거에는 촬영장 인근 PC방을 찾아 이메일로 배달된 대본을 프린트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노트북을 소지해 더욱 손쉽게 대본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4. 베개·칫솔 필수품 “밤샘촬영 일쑤… 잠자리 챙겨라” ‘생방송 드라마’와 밤샘촬영은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룬다. 때로는 며칠밤을 새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이에 맞춰 등장하는 필수품이 바로 목 베개, 방한점퍼 등이다. 김아중은 KBS 2TV 일일극 ‘별난 남자 별난 여자’ 촬영 도중 밤샘촬영 횟수가 늘자 방한 점퍼 100벌을 제작진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또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 김명민은 계속되는 밤샘촬영으로 귀가하지 못하는 제작진 모두에게 전동칫솔을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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