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시절, 제게는 정말 특별한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소극적인 저와는 달리 모든 일에 나서서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총학생회에서 임원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 저는 사귀자고 먼저 프러포즈를 했고, 저희 둘은 학교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붙어 다니던 커플로 유명했었습니다. 그녀와 사귀기 시작하고서부터, 게으르기만 했던 저는 그녀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모닝콜을 해줬습니다. 집 앞에 가서 기다리다가 가방을 들어주며 학교에 가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저희 둘도 다른 커플들처럼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 싸우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항상 제가 그녀에게 싹싹 빌면서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그녀와 사귄지 1년이 넘은지 얼마 안 돼서 군입대를 하게 됐습니다. 파주에서 운전병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게 됐습니다. 일병이 되기 전까지 부 대대장님을 모시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말씀도 없으셨고 참으로 무뚝뚝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군 생활을 하다보니 어느 덧 7월이 되었고 제 생일도 성큼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제 생일 날 면회를 오기로 약속이 돼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녀가 면회를 오기로 한 날 비가 엄청 많이 내려서 부대 주변이 물에 잠기는 곳이 많았습니다. 부대에서는 모든 면회를 취소시킨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그녀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당시 그녀에게는 휴대전화도 없었습니다. 공중전화도 비 때문에 불통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혹시라도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싶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날 오후에 부 대대장님께서 순찰을 가자고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는 그 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부 대대장님께 제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분은 흔쾌히 면회 장소인 임진각으로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한달음에 달려간 임진각에는 아가씨 하나가 혼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한 눈에 제 여자친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 대대장님께 허락을 받고 제 여자친구에게로 뛰어갔습니다. 저희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둘 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나 싶어서 부둥켜안고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왜 안 가고 기다렸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자기를 만나러 올 것 같아서, 그래서 기다렸다고 했습니다.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저는 감사하게도 부 대대장님의 배려로 1시간 동안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제대 후에 헤어져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지만, 가끔씩 그녀가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어디선가 그녀도 잘 살고 있겠죠? 전남 순천 | 권문석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