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결혼7년만의‘나홀로휴가’

입력 2008-10-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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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를 보면서, 극중에서 김혜자 씨가 생일 선물로 휴가를 선물로 달라고 했을 때, 저도 모르게 손뼉을 쳤습니다. “어머∼ 정말 멋지다! 자기야, 나도 딱 일년, 아니 한 달 만이라도 혼자서 휴가 다녀오고 싶어. 어떻게 안 될까?”하고 남편을 쳐다봤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멋지긴, 하루도 아니고 일년이나 나가서 살다 들어온다는데 그게 어떻게 휴가야? 저 드라마 때문에 대한민국 아줌마들 바람 들어가게 생겼네”라고 했습니다. 휴가 이야기를 한 번 입 밖에 꺼내놓고 나니깐 단 며칠이라도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집이 공항 근처라, 평소에는 비행기를 봐도 그냥 그랬던 마음이 그 날 이후로는 비행기만 봐도 마음이 싱숭생숭 했습니다. 며칠 후, 친정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에 살고 계시는 이모의 딸이 결혼을 하게 돼서 일본에 가신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핑계로 엄마를 따라 일본에 다녀오려고 남편에게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일본에 사는 우리 이모 알지? 글쎄 그 이모 딸 노리코가 결혼을 한다고 그러네? 근데, 결혼식에 참석할 친척이 없어서 이모가 걱정이 많으시더라고. 예전에 내가 얘기했지? 한국에 올 때마다 그렇게 나한테 잘해주셨다고. 다른 것도 아니고, 이모 딸이 결혼을 한다는데 딸 같은 내가 가봐야 하지 않겠어?” 그러자 남편은 “이모님이 당신한테 잘 해주신 건 알지. 근데 일본이 부산처럼 당일로 갔다 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잖아”라며 심드렁해져서는 말끝을 흐릴 뿐 쉽게 다녀오라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 없어서 온갖 아양을 떨며 남편에게 딱 보름만 다녀오면 안 되겠냐고 설득을 했습니다. 남편도 드라마처럼 혼자서 휴가 떠나는 것은 안 되고 네 살 될 아들과 함께 다녀오라고 허락을 해줬습니다. 남편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는 비행기 표를 예약을 하고, 보름간 남편이 먹을 밑반찬 만들기와 대청소를 하고서야 마음 놓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이기도 했고, 아들과 처음으로 가는 여행이라 엄청 설6습니다. 처음 며칠 간은 집안일에서 해방 된 느낌에 마냥 좋기만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남편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회사에 지각은 안 하는지 괜한 걱정이 됐습니다. 사실 7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살면서 일주일 이상을 떨어져서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도착해서 남편을 보자마자 보고 싶었다고 와락 껴안았는데, 남편이 “이 아줌마, 여행 다녀오더니 철들었구먼. 한 번 더 보내주면 그 땐 남편을 하늘 같이 떠받들고 살려나?”라면서 저를 놀렸습니다. 그런데 한 번 더 여행 보내줄까 하는 소리에 귀가 솔깃 하던 거 있죠? 그래도 이번 휴가 덕분에 연애시절의 설렘도 되찾은 것 같고 참 좋았습니다. 인천 서구 | 안진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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