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가을이야기]‘젊은치타’두산오재원의폭주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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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치지,잘뛰지,배짱도두둑…PO다크호스서두산의주축으로
라커룸에 모여앉은 삼성의 ‘젊은 피’들이 두산의 한 선수 얘기에 열을 올립니다. “난 저렇게 발 빠른 사람은 처음 봤어.” “방망이도 그래. 치는 걸 보니까 앞으로 더 크게 될 것 같아.” “나중엔 이종욱 형보다 더 무서워지는 거 아냐?” 극찬이 이어집니다. 상대팀 선수조차 입이 벌어지게 만든 영광의 주인공. 바로 두산의 오재원(23)입니다. 그들보다 더 놀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PO 다섯 경기에서 20타수 10안타 5타점 8득점. “저도 이 정도까지는 예상을 못 했어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라고 어안이 벙벙할 만 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큰 뜻을 품지 못했습니다. 그냥 막연히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종욱이나 고영민처럼 시즌 내내 붙박이 주전으로 뛴 것도 아니고, 지난 가을에는 대수비나 대주자가 그의 역할이었으니까요. 2번 자리는 꿈도 못 꾼 채 하위 타순으로나 기용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PO를 며칠 앞두고 갑자기 유명세를 치릅니다. 김경문 감독이 그를 콕 집어 ‘깜짝 활약을 펼칠 선수’로 지목한 덕분입니다. 전화기에는 불이 나고, 포스트시즌 관련 기사마다 오재원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한 마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더랍니다. 다행히 그는 ‘자신감 빼면 시체’입니다. 강한 담력이 주무기 중 하나죠. 코칭스태프는 “갖고 있는 것보다 실전에서 더 많은 걸 보여주는 선수”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첫 경기부터 사실로 입증됩니다. “이왕 이렇게 기회가 주어진 거,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의 공언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욕심은 종종 화를 부르기도 합니다. 3루타를 쳐내고 나니 ‘거포 본능’을 발휘하고 싶어졌고, 빠른 발을 뽐내다보니 더 많이 달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삼진을 당했고, 그래서 주루사가 나왔습니다. “실수를 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그냥 욕심 부리지 않고 내 몫만 착실히 하자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해야 더 빛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걸 압니다.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값진 깨달음입니다. 지난 가을 오재원은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가을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폭주’를 지켜볼 차례입니다. 그는 이제 ‘다크호스’가 아닌, 두산의 ‘주축 선수’입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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