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챔스리그를가다]“한눈팔면골”…번개같은플레이

입력 2008-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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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돌리기-시간지체없어…예선불구7만명관중몰려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축구 강국 독일과 이탈리아를 대표한 최고명문 클럽의 매치답게 내내 웅장하고 화려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수많은 취재진과 7만 여명의 관중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스탠드를 메워 대회의 권위를 대변했다.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AC피오렌티나(이탈리아)의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경기가 열린 22일 새벽(한국시간)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양 팀 22명의 선수들은 90분 내내 필드 구석구석을 누볐고, 이와 함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세자레 프란델리 감독의 손짓도 점점 바빠졌다. 조금의 군더더기도 허용치 않는 깔끔한 플레이. 시간을 지체하거나 볼을 돌리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챔스가 세계 축구팬들을 자극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AP통신의 독일 출신 데이비드 하인은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다. 순식간에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실제 킥오프 4분 만에 뮌헨의 주전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첫 골이 터졌다. 뮌헨의 3-0 승. 챔스가 내로라하는 팀과 최고 스타들의 경연장이란 점도 또 하나의 요소. 일단 출전권을 확보한 클럽들은 각 리그에서 최상위 클래스다. 소속 선수들도 강력한 이름값을 지녔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에 선 바이에른 뮌헨은 챔스와 UEFA컵을 각각 한 차례씩 우승한 관록의 클럽. 피오렌티나도 컵 위너스컵을 한 번 쟁취한 경험이 있다. 내셔널리즘에 대한 향수와 자극도 중요한 이유였다. 조 예선에 불과한데도 무려 200명이 넘는 다국적 취재진이 몰려 자국 선수를 집중 커버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도르트문트) 등에 열광하는 한국과 같은 성향이 유럽에서도 통한다는 의미다. 현지 기자들에 따르면, 유럽은 EU 연합체로 묶였지만 축구, 특히 자국 선수를 볼 때마다 분리된 민족과 국가임을 느낀다고 했다. 피오렌티나의 오른쪽 날개 Z. 쿠즈마노비치를 보러 온 <세르비아 스포츠 매거진>의 파노비치는 “솔직히 세르비아 축구는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쿠즈마노비치에 의해 세르비아란 국가가 이탈리아에 녹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했고, 아드리안 무투를 응원한 루마니아 주간지 <갈라리에>의 티베이루스 베르만도 “챔스를 누비는 선수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무투는 유럽인 이전에 루마니아인”이라고 말했다. 뮌헨(독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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