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년연속정규리그·한국시리즈제패

입력 2008-10-31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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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두산의 9회말 무사 만루 찬스를 또 다시 무실점으로 막아낸 SK 와이번스. 지난해 4연승을 거두기까지 2번의 실패를 맛봤던 그들이었지만, 2008년의 가을에는 한 번의 실패로 족했다. SK 와이번스가 2008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우승의 축배를 들어올렸다. 1패 후 4연승. 이제 국내에는 SK의 적수가 없는 듯하다. 0의 행진이 이어지던 7회초, 3개의 사사구로 얻은 2사 만루에 박경완이 때려 우리나라에서 수비가 가장 좋은 3루수에게로 날아간 땅볼은 김동주의 글러브가 아닌 몸을 때렸고, 굴절된 공이 그라운드를 흐르며 SK의 결승점으로 이어졌다. 9회말 두산은 선두 최승환의 볼넷, 김재호의 내야안타, 이종욱의 좌전안타로 무사 만루라는 완벽한 찬스를 맞았지만, 고영민이 때려낸 투수 땅볼을 채병용이 홈에 던져 1아웃, 이어 김현수가 지난 3차전과 똑같은 상황에 등장해 채병용, 박경완, 이진영으로 이어지는 1-2-3 더블플레이. 또 다시 병살타로 무너지며 SK라는 거대한 산에 무릎을 꿇었다.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낸 두산, 더 많은 찬스를 잡은 두산이었지만 상대의 실책을 놓치지 않는, 적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에서 왜 SK가 올해 한국 프로야구 최강팀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었던 한국시리즈였다. 김광현과 김선우의 맞대결은 올해 포스트시즌 마지막 경기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열린 투수전의 백미였다. 김광현이 1,2회 연속 선두타자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하면서도 결국 실점은 허용하지 않으며 두산 타선을 잡아나갔고, 두산의 김선우는 한국으로 유턴한 이후 가장 잘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피칭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마지막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두산의 희망을 이끌었다. 그러나 양 팀 감독의 투수 운용이 결국 승패를 갈랐다. 7회 선두 김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박재홍을 범타로 돌렸지만 다시 나주환에게 폭투와 몸에 맞는 공을 던진 김선우.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김선우를 교체하기엔 지금까지의 호투가 너무 아쉽다고 느꼈던지 그냥 놔뒀지만 김선우는 이미 힘이 빠져 직구는 컨트롤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슬라이더는 이미 폭투로 주자를 3루까지 보내놨기에 승부구로 던지기가 힘들어 보였다. 결국 병살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몸쪽 깊히 던진 공이 정근우에게 날아가 또 다시 몸에 맞는 공으로 주자는 만루. 이것이 결승점이 난 실책의 빌미였다. 반대로 김성근 감독은 6회 1사까지 삼진 4개를 잡으며 무실점 호투한 김광현이 최승환에게 안타를 맞자마자 1점의 힘겨운 리드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에이스 대신 정우람 카드를 내밀어 위기를 넘겼다. 정우람은 김재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종욱, 고영민을 연속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두산은 8회말 무사 1,2루 절호의 기회에서 홍성흔이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타구를 날렸으나 대수비로 들어선 조동화의 절묘한 슬라이딩 캐치로, 이어 오재원이 좌익 선상에 공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박재상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 울분을 삼켰다. SK는 실책으로 얻은 1점으로 한국시리즈 5경기 모두 선취 득점을 올렸으며, 이어진 8회초 1사 1,2루의 공격에서 최정이 좌중간 안타로 박재상을 불러들이며 2점째를 올렸다. SK의 2년 연속 우승은 엄청난 실전 훈련, 그리고 철저한 상대 분석과 감독의 전략이 이룬 결정체였다. 이미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가 열릴 때부터 두산을 가상 상대로 한국시리즈를 준비해온 SK는 수비수들이 모두 10초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두산 타자들의 공이 날아가는 그 위치에 항상 자리해 있는 어떤 야구에서도 접해본 적 없는 특유의 시프트로 두산 타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반면 두산은 극도로 소극적인 플레이로 수많은 득점 찬스에서는 스탠딩 삼진, 주자가 3루에 있을 때는 내야 플라이로 답답한 야구를 펼쳐 지난해의 복수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또 다시 아쉬움을 남긴 2008년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극도의 부진을 경험했던 김동주가 이번에는 절치부심해 17타수 9안타를 날렸지만 단 1개의 타점도 올릴 수 없었던 게 두산의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천하의 4번 타자가 그 많은 안타를 치고도 점수를 낼 수 없는 모순적인 경기. 3번의 김현수가 20타수 1안타로 이닝 클로저가 됐던 게 그 이유였다. 한국시리즈 들어 첫 선발 출장한 포수 최승환은 4회 박재상과 김재현의 도루 시도를 연이어 잡아내며 SK의 발야구를 봉쇄했으나 시리즈 운명을 뒤바꾸기엔 너무 늦은 등장이었다. 최정은 3차전 투런 홈런, 4차전에서도 2루타로 이틀연속 결승타를 때려낸 데 이어, 최종 5차전에서도 타점을 올려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공수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인 최정의 활약은 두산 김동주와 오버랩되며 한국 야구 3루수의 세대교체를 예고한 시리즈로 마감됐다. 정대현이 상대에게 투구 습성을 읽히는 바람에 나설 수 없었던 SK는 부랴부랴 2차전 선발이었던 채병용을 4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 마무리 투수로 내세웠고, 그는 목표했던 2승이 아닌 2세이브로 한국시리즈를 장식했다. 그렇다고 김성근 감독이 그를 차기 마무리로 고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한국시리즈 정상을 맛본 SK는 오는 11월 13일부터 도쿄돔에서 한국-일본-대만-중국의 우승팀과 코나미컵을 치른다. 첫 경기의 상대는 재팬시리즈 우승팀(요미우리 자이언츠-세이부 라이온즈의 승자)이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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