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양식과맞바꾼마음의양식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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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무실에 커피와 종이컵이 다 떨어졌기에 동료 직원과 함께 점심시간에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갔습니다. 일단 푸드 코트에서 밥부터 먹고, 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얼마나 많이들 마시는지 모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일하다가 졸린다고 한 잔 마십니다. 항상 이런 식입니다. 그래서 마트에 한 번 나가면 인스턴트 커피 100개가 들어 있는 세트를 무려 10세트는 기본으로 삽니다. 대략 20만원 어치 정도 장을 봐야 합니다. 이것 말고도 유자차와 율무차, 종이컵에 주스까지 쇼핑카트에 가득 담다보면 카트 안에 물건들이 금방 수북하게 쌓입니다. 그래서 장을 보는 내내 여자 둘이서 낑낑거리면서 카트를 밀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나서도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바로 들어가기도 아쉽고 해서 도서코너가 있는 3층으로 갔습니다. 어린 애들이 어찌나 많던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책을 봐서 그런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반대편에 있는 가전제품 코너에 구경을 갔습니다. 어찌나 사고 싶은 것들이 많던지… 최신형 양문형 냉장고에, 고화질의 텔레비전, 그리고 요즘 들어 너무 갖고 싶은 드럼세탁기까지 가지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림에 떡인지라 그저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구경만 했습니다. 그렇게 가전제품에 빠져서 정신없이 구경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금세 돌아갈 시간이 돼서 부랴부랴 카트를 밀고 계산대로 가려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한겁니다. 카트를 살펴봤더니, 저희가 장을 봤던 커피며 유자차 등은 온데 간데 없었습니다. 거기엔 책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건가 살펴 보니까 저희가 밀고 온건 직원용 카트였습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우리가 장 본 카트는 도서코너에 버려두고 거기서 직원용 카트를 밀고 온 겁니다. 저와 직장동료는 괜히 민망해서 다시 도서 코너로 갔습니다, 다행히 저희들이 원래 밀고 다녔던 카트는 물건들과 함께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직원 한 분이 당황해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희가 밀고 온 직원용 카트를 보더니 그저 웃으셨습니다. 저희는 미안한 마음에 죄송하다고 하고 카트를 바꿔 왔습니다. 아무리 보고 싶은 게 많아도 그렇지,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무게가 비슷하다고 대충 끌고 다닌 저나 직장동료 아직 둘 다 젊은 20대 후반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이러니 걱정입니다. 앞으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전남 순천 | 박춘배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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