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 11세우리딸은‘날다람쥐’

입력 2008-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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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딸애가 지난 9월 말에 대뜸 제게 그러는 겁니다. “엄마, 10월 18일에 암벽등반대회가 있데요. 이거 한 번 나가보고 싶은데, 참가 신청서 써도 되죠?” 저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암벽이란 말에 겁이 나서 “현지야, 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체구도 작은데 할 수 있겠어? 엄마는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다른 것도 많은데 왜 암벽등반이야. 안 하면 안 돼?”하고 딸애를 달랬습니다. 하지만 딸은 꼭 하고 싶다고, 옆집에 사는 6학년 언니가 가르쳐준다고 했다면서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했습니다. 딸애는 일주일에 세 번씩 옆집 언니를 따라서 공원에 설치된 인공암벽을 올랐습니다. 남편도 걱정이 됐는지, 하루는 딸애를 따라 같이 갔다 왔습니다. 글쎄 인공암벽에 오른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애가 금방 올라간다는 겁니다. 작은 게 탄력을 받아서 어찌나 잘 올라가던지, 평소에 높은데 올라가기 좋아하는 딸이라 잘 하는 것 같다며 남편이 딸애를 믿어보자고 했습니다. 솔직히 제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애가 잘못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서 다음 연습 때는 저도 딸애를 따라 공원으로 갔습니다. 저는 저렇게 높은 곳을 어떻게 올라가나 조마조마하면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딸애는 정말 다람쥐처럼 단숨에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너무도 기특해서 정신을 놓고 딸아이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옆에 계시던 지도 선생님께서 저희 애가 참 똑똑하고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기분이 어찌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애에게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면서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딸애는 암벽을 오르기 전에는 항상 마음속으로 ‘나는 자신이 있다. 무섭지 않다!’라고 다짐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무섭다 무섭다’하고 생각을 하면 더 자신이 없어져서 못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딸애가 이런 마음인 줄도 모르고 키가 작아서 위험하다고 안 된다고만 했으니. 괜히 미안한거 있죠? 아무튼 이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드디어 10월 18일, 제9회 서울특별시 교육감배 ‘청소년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 출전을 했습니다, 저희 딸이 초등부 경기에서 난이도 부문에서는 동메달을, 속도 부문에서는 금메달을 땄답니다! 이렇게 잘 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저희 딸 너무 기특했습니다. 딸애가 메달을 2개나 목에 걸고 집에 오면서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때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는데, 이젠 어떤 기분 인지 알 것 같아요∼”하면서 신나있는데 제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가족끼리 다같이 외식도 하고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앞으로는 딸애가 뭘 한다고 하면 걱정보다는 먼저 믿고 힘을 북돋아줘야겠습니다! 서울 성동 | 신상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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