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나홀로첫운전에‘뿌듯’

입력 2008-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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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0여 년 전 운전면허를 따서, 중간에 갱신도 한번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차를 몰고 다닐 일이 없으니까, 그냥 오랫동안 묵혀뒀습니다. 이렇게 운전 한 번 안 해보고 나이 들면 나중엔 진짜 못 할 것 같아서, 친구들한테 “나 도로주행 연수 한번 받아볼까?”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얘! 배우는 건 좋은데, 네 신랑한테는 절대 배우지 마라∼ 남편한테 배우면 부부싸움만 신나게 하다가 들어온다∼” 이러면서 남편은 절대 안 된다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니까!’ 이러면서 남편한테 가르쳐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맘먹고 실전에 임하던 첫 날, 남편이 옆에서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던지, 몸에 힘을 바짝 줘서 몸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울렁거리고∼ 이렇게는 도저히 못 하겠다 싶어서 “ 나 안 해! 나 그냥 운전 안 하고 평생 걸어 다닐 테니까, 나중에 나 늙으면 당신이 태우고 다녀∼ 난 도저히 무서워서 운전 같은 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해!” 이러면서 자리 깔고 누워버렸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아까는 차도 있고 위험하니까 소리 지른 거지∼ 사실 당신 정도면 꽤 잘하는 거야. 당신은 운동신경이 좋아서 조금만 배우면 금방 느니까 내가 다음엔 더 잘 가르쳐 줄게∼” 이러면서 격려를 했습니다. 하지만 잘 가르쳐 주겠다는 남편은 제가 운전대를 잡자마자 또다시 호랑이 선생이 돼서 “지금 끼어들면 어떡해!! 지금 차 오잖아∼ 깜박이∼ 아 그건 아까부터 켰어야지!!” 이러면서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는 겁니다. 그렇게 눈물로 연수를 받은 지 어느덧 두 달! 어느새 혼자 운전해도 될 만큼 됐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하는데, 찬바람이 불고,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게 날씨가 꽤 추운 겁니다. 아들과 아들 친구는 20분씩 버스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그 날은 제가 태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과 아들 친구까지 차에 태우고 학교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좌회전하는 길을 만났는데, 그 위에 ‘좌회전 금지’라는 표지판이 떡하니 있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한 블록 더 가서 좌회전을 했는데, 거기는 처음 보는 동네라서 동서남북이 어딘지, 학교가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뒤에 앉은 아들은 “엄마∼ 아직 멀었어? 시간 다 됐는데∼ 이러다 지각하면 어떡해∼” 이러면서 야단이었고, 아들 친구는 불안해서 말도 못 하고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어떤 곳에서 핸들을 돌리니까 저 멀리 학교가 보이는 겁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얼른 달려가서 세워줬더니, 애들이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후다닥 내렸습니다. 다행히 조금 일찍 출발해서 지각은 안 했는데, 2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을 했답니다. 집에 오는 길도 만만치 않아서, 커다란 버스가 뒤에서 빵빵거리기도 하고, 택시가 바로 옆에 붙어서, 닳을 듯 말듯하게 끼어들더니 쏜살같이 지나가기도 하고, 심장이 어찌나 두방망이질 치던지 그 잠깐 운전하고 완전히 녹초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집에 와서 주차까지 완벽하게 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는 순간 ‘해냈다’ 하는 자부심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왠지 다음엔 더 멀리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운전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더 는다고 하는데, 다음엔 마트 갈 때도 갖고 나오고, 주말에 시댁 갈 때도 몰고 다니면서 운전연습 많이 해야겠습니다. 나중에 우리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서 한번 데리러 가보고도 싶답니다∼ 인천 남구 | 김연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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