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남편자랑하려다가망신살

입력 2008-11-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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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저보다 먼저 결혼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하는 말들은 “우리 남편은 내가 없으면 밥도 혼자 못 먹어, 아들 하나 더 있는 것 같다니깐” 이었습니다. 그런데 듣다보면, 여기까지는 흉을 보는 건가 싶다가도 그 뒤에 꼭 “내가 없으면 밥맛이 없다나 뭐라나”라고들 덧붙이면서 은근히 자랑들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난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결혼해서 동네 애기 엄마들끼리 모이면 다들 그런 식으로 남편자랑, 아이자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에 애기 엄마들끼리 모여서 다같이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한 애기 엄마가 “오늘 자기네 결혼기념일이지? 남편이 뭐 해줬어?”하고 제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전 별거 없었다고, 저녁에 밥 한 끼 먹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서 “우리 남편은 이벤트 해주는 거랑은 거리가 멀거든. 어떻게 사람이 완벽할 수가 있겠어? 그거 하나 딱 아쉬운거지 뭐”이렇게 덧붙여 말하면서 은근히 남편 자랑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서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가봤더니 꽃배달이었습니다. 그러자 저희 집에 모인 애기 엄마들이 꽃바구니를 보고 다들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배달원에게 사인을 해 주고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받아서 들어왔습니다. 다들 남편이 보낸 거냐며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겁니다. 그 순간 어깨가 쫘악! 펴지면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대 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나는 이렇게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난 행복한 아내다!’라는 걸 표정으로 맘껏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한 애기 엄마가 꽃바구니에 있던 카드를 발견하고는 얼른 저보고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기쁜 마음으로 카드를 봤는데요, 너무 어의가 없어서 내용을 말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티는 낼 수 없어서 저는 그냥 “에이 뭐 카드가 별거 있어? ‘사랑한다, 행복하게 살자’이렇게 써있지 뭐”하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한 애기 엄마가 “자기, 정말 그렇게 써 있었어? 자기 표정은 전∼혀 안 그런데?”이러면서 카드를 확 낚아채 가더니 아주 큰 소리로 카드를 읽었습니다. “축! 결혼기념일! 뜻 깊은 날을 맞이하여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주식회사 oo건설 대표이사 ooo” 그렇습니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결혼기념일이라고 보내준 거였습니다. 애기 엄마가 카드를 읽는 순간 민망함에 제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다른 애기 엄마들은 깔깔대고 웃으면서 저를 놀렸습니다. 너무나 당황한 저는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올 해부터 각 사원들에게 결혼기념일이면 이런 이벤트를 해준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리 말한다는 게 깜빡했다고 그랬습니다. 아이고… 축하카드만 없었어도, 그런 망신은 안 당했을 텐데, 다음부터 민망해서 애기 엄마들 어떻게 볼지 걱정입니다. 경기도 시흥 | 송승환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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