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마음바꾸니우울감‘싹’

입력 2008-1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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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자주 들어가 보는 인터넷 카페가 있습니다. 그 카페에선 ‘금주에 베스트’라고 해서 한 주 동안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글을 따로 모아 놓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거기에 ‘자랑하고 싶은 거 하나만 해 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봤습니다.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글들을 달았는지, 그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는데, 대부분 내용이 비슷했습니다. ‘남편이 가정적이다’, ‘자식이 말을 잘 듣는다’, 간혹 어떤 분은 ‘6개월 동안 부부 싸움 한 번 안 했어요.’ 이런 글을 적은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난 약을 안 먹어요, 난 건강하니까(난 소중하니까 뉘앙스로)’ 이러면서 장난기 어린 댓글을 단 사람도 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읽다가, 나도 댓글 한번 달아볼까? 하는 생각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는데, 무슨 얘기를 적지, 뭘 자랑하지 생각이 하나도 안 나는 겁니다. 제 남편은 가정적이지도 않았고, 잘하는 거라곤, 늦게 들어오는 것뿐이고. 제 딸아이는 요즘 사춘기라, 수시로 제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제가 비염이 있어서 건강하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너무 우울해졌습니다. 하루 종일, 나는 도대체 어디서 행복을 느낄까? 생각해보는데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마침 저희 시누가 전화를 했습니다. 저희 형님은 전화를 걸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머! 올케, 사랑하는 우리 올케구나” 저는 솔직히 그 말이 좀 닭살스럽습니다. 어떻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렇게 자주 하지? 형님이 그렇게 살갑게 전화를 걸수록 제 목소리는 더욱 퉁명스러워집니다. “형님 무슨 일이세요? 뭐 하실 말씀 있으세요?” 하니까 “올케 올해는 태풍이 감사하게도 우리나라에 오지 않아서, 농사가 정말 잘 된 것 같아. 시골에 계신 우리 시아버님이 밤을 많이 주셨는데, 올케네도 좀 나눠주려고 그래. 지금 갈 건데 어디 안 가지?” 하셨습니다. 저는 얼른 오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가 막 결혼했을 때는 이런 말투가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형님은 말끝마다 사랑 타령을 넣으시더니, 이제는 느끼하게 ‘감사’ 라느니 ‘행복’이라느니… 이런 말도 수시로 넣어 말씀을 하십니다. 가끔은 ‘감사’라는 말을 너무 자주 써서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형님께서 밤을 반 가마나 가져오셨습니다. “이렇게 나눠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사랑하는 올케한테 이렇게 나눠줄 수 있으니 참 행복하다” 그러시더니, 제가 저녁 반찬으로 상추쌈을 내드렸는데, “올케, 쌈장이 너무 맛있다. 어쩜 이렇게 쌈장을 잘 만들어? 너무 좋은데?” 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어느 순간 그런 형님과 함께 있는데, 밥을 먹고 얘기를 하는데, 제 기분까지 좋아지는 겁니다. 마치 마법처럼, “행복하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이런 말을 듣다보니, 제 마음도 저절로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기분 그대로, 다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랑해 보세요’ 했던 그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죠. “저희 동네에는 끝내주게 맛있는 칼국수 집이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저희 남편은 가정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돈 관리는 제가 하고 있어요. 딸아이는 지금까지 병치레 한번 안 했어요, 아프지 않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이에요.” 이렇게 적다 보니 자랑할 거리가 정말 많았습니다.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그저 마음하나 바꿨을 뿐인데. 참 신기하게도 금방 행복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 이것도 저희 형님이 해주신 말인데, 그 말뜻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부산 남구 | 양지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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