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새댁이사온거환영해∼

입력 2008-12-0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


일을 마치고, 막 회사를 나서는데, 남편한테서 “나 좀 있다 퇴근하는데, 밥 좀 차려주지. 나 밥 먹고 또 금방 나가야 되는데…”라며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어 나 사무실 방금 나왔어. 금방 도착하니까 걱정 말고 와∼” 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밥솥을 열어보니까 밥이 반공기도 안 되게 남아있는 겁니다. 그때 막 남편이 들어오면서 “밥 다 됐어? 나 바로 나가야되는데…” 하면서 재촉을 했습니다. 저는 급한 마음에 빈 밥공기 하나 들고 얼른 앞집으로 갔습니다. 앞집 언니는 아직 퇴근하기 전인지, 초인종을 눌러봐도 답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서글서글한 406호 언니한테 갔습니다. “언니. 밥 좀 있어? 남편이 급하다는데, 우리 집에 밥이 없네. 있으면 나 좀 빌려줘∼” 하니까 “글쎄다. 나도 지금 막 퇴근해서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데, 네가 가서 밥솥 한 번 열어봐라” 했습니다. 저는 남의 집인데도, 성큼성큼 부엌으로 들어가 밥솥을 열었습니다. “언니, 한 공기 좀 넘게 있는데, 나 이거 다 가져가도 돼? 대신 이따가 밥해서 가져다줄게” 하니까 “그래라. 대신 고봉으로 가뜩 담아와∼ 알았지?” 하며 웃었습니다. 그 밥을 가뜩 퍼서 집으로 들고 오는데, ‘역시 여기 살길 잘했어’ 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저는 이 아파트에 6년째 살고 있는데, 중간에 이사 갈 기회가 한번 있었는데 안 가고 지금까지 쭉∼ 살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이 곳 사람들 인심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도 같은 아파트 살고 있는 윤경이 엄마가 전화를 해서 “우리 아파트 앞에 노래방 새로 오픈 했잖아. 오늘 엄마들 모여서 거기 가보기로 했는데, 자기도 안 바쁘면 같이 가자∼ 애들은 206호에서 봐준대∼” 하면서 꼬드겼습니다. ‘오랜만에 몸 좀 풀겠는데∼’ 하면서 애를 데리고 206호로 갔더니 엄마들이 벌써 여러 명이 와있었습니다. 206호에 사는 동생은 지금 임신 중인데, 애들 잘 봐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스트레스 풀고 신나게 놀다오기도 했답니다. 저희 아파트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애들은 대부분 그 학교 다니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아빠들은 아파트 밑에 헬스장이 있어서 거기서 자주 만나며 친하게 지냅니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저희 아파트에 새로 신혼부부 한 쌍이 이사 왔습니다. 그 날 저녁, 쓰레기 버리려고 급하게 현관문을 열었는데, 밖에 새댁이 서 있다 맞을 뻔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 죄송해요∼ 안 다치셨어요?” 하니 “아니 괜찮아요. 저 3층에 이사 왔는데 이거 드리려고 왔어요. 떡 좀 드세요” 하면서 시루떡 한 덩어리와 귤 세 개를 줬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돌아가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저는 새댁이 가자마자 제일 친한 406호 언니한테 전화해봤습니다. “언니 네도 떡 받았어? 젊은 사람들이 꽤 괜찮아. 목소리도 차분하고∼” 하니까 언니도 지금 떡 받아서 맛있게 먹고 있다며 그 새댁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저는 “언니, 어떻게 할까? 이 새댁 껴줄까? 말까?” 하니까 “우리가 무슨 칠공주 파냐? 껴주긴 뭘 껴주냐?” 이러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어쨌든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조만간 신고식 핑계 대고 한번 뭉쳐야 될 것 같습니다. “새로 이사 온 306호 새댁! 앞으로 자주 자주 봐요∼ 아마 우리 아파트 살면, 사는 재미는 있을 거예요∼ 이사 온 거 환영해요∼” 광주 광산 | 김은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