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아역배우왕석현메리크리스마스!“무대인사가젤신나요”

입력 2008-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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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아역배우,‘달인’차태현·‘신인’박보영압도
관객 250만명을 돌파하며 겨울 극장가에서 흥행 고속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영화 ‘과속스캔들’. 당초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관심을 끌었던 것은 두 주인공 차태현과 박보영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된 이후 코믹 연기의 달인 차태현이나, 2009년 가장 기대되는 신인으로 꼽히는 박보영을 압도하며 인기몰이를 하는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올해 6살인 왕석현. 때묻지 않은 천진스런 표정, 때론 연기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능청스런 모습까지. 왕석현의 깜찍한 연기에 올 겨울 영화 팬들은 반해버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던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스포츠동아 편집국에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어 “너무 귀여워”라며 여기자들의 탄성과 환호가 뒤를 따랐다. ‘과속스캔들’의 아역 스타 왕석현이 ‘인터뷰’를 위해 편집국을 찾은 것. 차가 밀려 약속했던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한다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리고 얼마 뒤 엄마와 함께 편집국에 들어선 왕석현은 큰 소리로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외쳤다. 스크린에서 볼 때보다 더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에 탄성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이런 누나들의 관심이 싫지 않은 듯 연신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사진촬영? 거짓말로 웃어야 하는데 엄마 간지럼 태워줘” 사실 왕석현을 만나기 전부터 은근히 고민이 됐던 것은 6살 아이와 영화에 대해 어떻게 인터뷰를 하느냐였다. 그래서 일단 서로 얼굴을 익히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석현이가 어머니에게 귓속말을 했다. “거짓말로 웃어야 하니까 엄마가 간지럼을 태워줘.” 거짓말로 웃다니? 석현이 어머니는 아이의 배를 간지럼 태우며 “아직 사진촬영에 익숙하지 않아 서툴러요. 사진 찍으면 웃어야 하는데 정말 웃겨서 웃는 게 아니니까 거짓말로 웃어야 된다고 생각하네요”라고 설명해줬다.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 조명이 어두워지자 석현의 얼굴에 살짝 무서워하는 표정이 그려졌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부산 사나이는 무서워하면 안돼”라며 용기를 줬다. 금세 다시 얼굴이 밝아진 석현이.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를 보며 “우와 레이저 총 쏘는 거 같아요”라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사진촬영이 계속되자 이제 6살인 그는 이내 지루해했다. 배고프다며 하품을 하는 석현에게 빵을 줬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끝나고 먹으면 안 될까요?” 이런 가운데 촬영을 계속했고, 석현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다 말했다. “엄마 이거 CF맞지? 그러니까 장난감 사줘.” 어머니는 “하도 장난감 사달라고 해서 누나처럼 CF하면 사준다고 했더니 저래요. 사진촬영 많이 하니까 CF인 줄 아네요. 하하하.” 드디어 촬영 끝. 석현이는 달려와 빵부터 입에 문다. “이렇게 배고픈데 왜 중간에 안 먹었어요?”라고 묻자 “촬영은 다 하고 먹어야죠. 중간에 먹으면 안돼요.” 어, 대답에서 벌써 프로의 냄새가 난다. ○“무대인사가 젤 좋아요. 영화 1등하면 무대인사 많이 할 수 있대요” 편집국에서 깜찍한 인사에 반한 여기자들이 스튜디오까지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자신을 보고 마냥 좋아하는 누나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석현. 이내 원더걸스의 ‘노바디’, 비의 ‘레이니즘’까지 깜짝 놀랄 댄스 실력을 공개해 다시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앉았다. “엄마 이제 집에 가는 거야?”라고 묻는 석현이에게 “형이랑 조금만 말하면 돼요”라고 말했더니 환하게 “네∼!”하며 웃는다. 하지만 아직 여섯 살의 아이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용 게임기를 찾는다.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면서 하자. 지금은 인터뷰 해야지”(엄마), “인터뷰? 게임하면서 하면 안 되는 거야?” 마냥 귀엽고 천진스런 석현이지만 그래도 영화에 대해 말할 때는 진지하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너무 좋아요. 무대인사하면 막 박수치고 우리 영화 재미있다고 말해줘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는 팬들이 극장에서 선물을 줘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자석 달린 낚시가 제일 좋아요. 물고기가 막 잡혀요. 그리고 건전지 들어가는 자동차도 받았어요. 히히히.” ‘과속스캔들’에서 그가 이런 관객의 사랑을 받기까지는 숨은 노력이 많았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일명 ‘썩소’는 수백번 캠코더 앞에서 연습한 끝에 완성했다. 촬영 중 코를 탁자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지만 감독의 ‘컷’ 신호가 나기 전까지 울음을 꾹 참아 스태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어요?”라고 묻자 “언제요?”라며 한참 생각하던 그는 “아하, 촬영할 때요? 컷 소리 날 때까지 꾹 참아서 칭찬받았어요”라며 웃는다. 어머니가 연기는 물론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해 “나중에 크면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니면 지금처럼 영화배우가 하고 싶어요?”라고 묻자 “무대인사가 젤 좋아요. 무대인사하면 춤도 출 수 있어요. 영화 1등하면 무대인사 많이 할 수 있대요”라며 웃는다. ○ 4살 때 누나 오디션 대본 통째로 외워 혼자 배역 놀이…타고난 연기 재능 부산에 살고 있는 석현이는 원래 누나 세빈(10)이가 CF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다. 엄마 손잡고 촬영장에 놀러 다녔던 석현이는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날 누나가 오디션 때문에 받아온 대본을 한글도 모르면서 옆에서 듣다 통째로 외웠다. 그리고 혼자 모든 배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놀았다. 그 때가 4살 때였다. 어머니는 이 모습을 보고 “독특한 아이구나”라며 재능을 살려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과속 삼대’라는 영화가 6∼7세 아역배우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류신청만 3000명이 몰렸다. 다섯 살로 나이가 맞지 않은 석현이는 누나 세빈의 오디션을 구경하러 갔다. “멀리 부산에서 오셨는데 둘째 아이도 한번 보시죠”라는 조감독의 말에 석현은 태어나서 처음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연기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때묻지 않은 모습, 또 또래에 비해 놀라울 만큼 긴 집중력은 제작진의 눈길을 끌었고, 결국 아역 주인공 황기도 역을 따냈다. 석현이 어머니는 “아이가 경험이 없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 걱정이 컸어요. 하지만 강형철 감독이 인공적인 면이 없어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용기를 많이 줬습니다.” 연기가 어떤 놀이보다 즐겁다는 석현이는 촬영장에서 단 한 번도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연기가 좋아요?”라는 질문에 석현이는 “진짜 좋아요. 또 1등 하고 싶어요”라고 앙증맞게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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