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스포츠클럽]‘국민의야구’이기심을버려라

입력 2008-1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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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야구계를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호사다마(好事多魔)다. 프로·아마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고 관중동원도 성공적이어서 새해의 프로야구는 금년의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정점으로 그 후엔 팬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과 불쾌한 소식이 더 많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동, 인터넷 도박사건, 총재퇴임과 선임에 따른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면서 선수들과 현장은 땀흘려 쌓아올린 금자탑이 허물어져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며칠 남지 않은 2008년을 앞두고 이제 야구계는 호사난상(胡思亂想)으로 바뀌고 말았다. 복잡하게 엉키어 어수선한 가운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구단이나 사람들이 많아져 버렸다. 트레이드 파동은 삼성과 6개구단간의 갈등 조짐을 드러냈고, 인터넷 도박사건은 구단의 관리 책임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비정상적인 학원 스포츠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소양교육문제와 함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다. 총재선임문제는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진정한 야구발전을 위한 인선보다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 이기심과 사욕에 사로잡힌 양심없는 경쟁이 펼쳐져 야구팬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프로야구의 주인은 팬들이다. 그 팬들이 야구계에 염증을 느끼면서 야구장을 외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럴 때일수록 동업자간에도 감정조절과 표현의 절제도 필요한 것 같다. 트레이드 파업 때 표출된 삼성과의 경기 보이콧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동업자인 상대편에게 준 큰 충격은 깊은 골을 만들게 되고 깊은 골은 또 다른 깊은 골을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구단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도 내부에서 소화되어야 한다. 체육계나 야구계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면서 동업자 집단이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요즘도 낯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야구가 있어 금년은 행복했다며 베이징올림픽을 말하는 분들이 많다. 야구계가 땀으로 얻는 국민들의 성원을 스스로 걷어차 버리지 않도록 사심없이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언행불일치와 가벼운 결정의 번복이 이어진 뒤숭숭한 분위기는 빨리 매듭지어져야 한다. 야구계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은 많이 남아있다. 경쟁상대는 야구계 내부가 아니라 밖에 있고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에 있다. 한해를 보내면서 양심 없는 쾌락이나 이기심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서로 반성하면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옷깃을 여미어야 할 때이다. 선수들도 운동장 안팎에서 더 이상 팬들을 실망시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야구계가 맑고 밝은 정신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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