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흘린박찬호“아쉽지만WBC출전못해”

입력 2009-01-13 02: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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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코리안특급’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WBC출전을 강력하게 바랐던 국민들을 향해 흘리는 사죄의 눈물이었다. 박찬호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일단 출전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최근 입단한 필라델피아와 2년 계약에 맺었다면 출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1년 계약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찬호는 “구단에서는 나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존중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스프링캠프 선발투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사실 자신이 없다. WBC와 필라델피아에서의 선발 경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WBC출전이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고, 큰 이득에 집착하기 보다는 절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말을 이어가다 갑자기 울먹인 박찬호는 “김인식 감독님, 야구팬,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고 앞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국가에 대한 애정도 부족한가란 생각도 해봤지만,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신세기·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이내 안정을 되찾은 박찬호는 WBC에 출전하지 않는 대신 필라델피아에서의 선전을 약속했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여 선발에 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고국에 대한 애정과 국민에 대한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박찬호는 새로 이적한 필라델피아의 생각 밖의 무관심과 홀대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듯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7일 필라델피아 입단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구단의 다른 일정 관계로 인터뷰 일정이 취소된 것. 13년간 빅리거로서 자존심을 지켜왔지만, 추락한 자신의 위상에 감정이 상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취소된 입단식을 한국에서 대신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그는 회견장에서 직접 필라델피아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했다. 유니폼을 입고 다시 웃음을 찾은 박찬호는 “허리 상태도 많이 좋아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일본 미야자키에서 훈련하게 됐다. 기대가 많이 되고 초청해주신 김경문 감독께 감사드린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마지막 선수생활을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박찬호는 “한국으로 온다면 한화에서 하게 되겠죠. 고국에서 뛰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며 한국 프로팀에서 오퍼가 온다면 흔쾌히 수락할 것”이라고 말을 전했다. 한편 지난해 다저스에서 불펜 투수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박찬호는 지난달 필라델피아와 1년간 기본 연봉 250만달러에 최대 500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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