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연봉33억…한국인첫중동진출

입력 2009-01-14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나이퍼’ 설기현(30·풀럼)이 한국 선수 최초로 중동 리그에 진출했다. 설기현의 에이전트사 (주)지쎈은 14일 “설기현이 사우디아리비아의 알 힐랄에 임대 선수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6개월 임대 후 완전 이적하는 조건이며, 임대 기간은 6월30일까지다. 연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250만 달러(33억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힐랄은 2007-2008시즌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정상에 올라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은 강팀이며, 특히 수원 삼성에서 뛴 루마니아 출신의 올리 감독이 ‘지한파’로서 한국선수를 강력히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7월 벨기에 리그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했던 설기현은 이후 안더레흐트(벨기에)-울버햄프턴-레딩-풀럼(이상 잉글랜드)에서 뛰었고, 알 힐랄은 6번째 소속 구단이다. ‘깜짝 이적’이 이뤄진 배경은 크게 3가지. 팀내 주전 경쟁에서 밀린데 따른 돌파구 마련과 높은 연봉, 그리고 지도자 생활까지 고려한 폭넓은 포석이다. 당초 알 힐랄이 설기현에 러브콜을 보낸 시기는 지난해 12월 중순. 당시 설기현측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올 시즌 풀럼에서 정규리그 4경기(선발 3경기 포함)만 뛴 설기현은 무릎 부상을 당하는 등 여러 가지 악재를 만난데다 호치슨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3개월 이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청용 등 신예에게 밀리며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설기현은 미지의 땅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출전기회를 잡는다면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도 있고, 2010남아공월드컵 출전도 가능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구미를 당겼다. 설기현측은 “다른 것은 몰라도 조건이 워낙 좋았다”고 설명했다. 설기현이 현재 풀럼에서 받고 있는 연봉 100만 파운드(19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많은 것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세금을 떼지 않아 같은 연봉이라도 실제 손에 쥐는 액수는 더 많다. 영국에서는 선수 연봉의 40% 정도가 세금으로 빠진다. 은퇴 이후 인생 설계도 감안했다. 유럽에서 9년을 보낸 설기현은 향후 지도자를 하기 위해 또 다른 대륙에서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한편, 설기현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해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 등 입단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19일 재개되는 리그 16차전 홈경기에 데뷔할 예정이다. 최현길기자 choihg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