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돈 동영상이 슬럼프 탈출 계기”
마음을 다시 잡은 김대섭에게 또 한번의 운명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작년 여름 상반기 시즌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아내 왕윤나 씨가 인터넷을 하던 중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아내가 2004년에 촬영됐던 나의 스윙 장면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42초짜리 동영상이었는데 그 화면을 보고 지금의 스윙과 예전의 스윙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됐다. 휴대폰으로 화면을 촬영했다가 연습장으로 달려가서 그대로 따라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전성기 때의 감각을 되찾게 됐다.”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슬럼프의 원인을 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을 통해 알았다. 스윙의 감각도 되찾았다. 김대섭은 그때 촬영한 스윙 동영상을 휴대전화 메인 화면에 담아두고 지금도 수시로 보면서 감각을 익히고 있다.
짧은 동영상 한편으로 잃어버렸던 스윙감각을 되찾은 김대섭은 조금씩 자신감도 되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하반기 세 번째 대회인 KEB 한중투어 2차대회에서 우승의 기회가 다가왔다. 3라운드까지 2위 그룹에 5타차나 앞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했다. 모처럼 부모님과 아내도 골프장을 찾았다.
그런데 쉽게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또 틀어졌다. 후배 김대현(21·하이트맥주)에게 1타차 역전을 허용했고, 최종 18번홀의 마지막 기회만을 남겨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꼭 버디를 만들어내 연장전에만 들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
김대섭의 간절한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다. 그림 같은 어프로치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연장전으로 승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3년간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냈다.
“나중에 들으니 부모님과 아내가 경기 도중 집으로 가려고 했다가 그래도 한번 기다려보자며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는데 우승하는 장면을 보게 돼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또 울었다.”
○“다시 찾은 정상의 기쁨 오래 간직하고 싶다”
성공과 방황을 한번 씩 겪은 김대섭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2005년 12월 탤런트 왕빛나의 동생 왕윤나(26) 씨와 결혼한 김대섭은 오는 7월이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현재 세 살배기 아들 단을 두고 있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어리석고 이기적인 생각만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얘기하면 흘려듣기 일쑤였고 내 생각대로만 행동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스스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지금 같은 생각을 몇 년 전에는 왜 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그랬더라면 좀더 일찍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텐데….”
프로 8년차 김대섭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잠시 필드를 떠나게 된다. 그동안 미뤄왔던 군에 간다.
“군대에 갔다 와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한두 해 골프를 쳐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올 생각이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데이비드 듀발은 10년이 넘게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김대섭은 3년 만에 부활에 성공했다.
“다시는 이전과 같은 실패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다시 찾은 정상의 기쁨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