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편지]타이거도일년넘게걸렸습니다

입력 2009-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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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을 좀 더 높이 잡아야 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알지?” “지금 발의 위치를 봐. 맞는 거야?” 오늘 때린 연습 공만 수 백 개가 넘습니다. 오후엔 스윙 폼을 녹화한 비디오를 지겹도록 봐야 합니다. 확실한 교훈을 얻을 때까지 수 십 번도 넘게 돌려봅니다. 이런 작업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벌써 일년 째 해왔습니다. 1997년 약관 스무 살의 나이로 마스터즈 골프대회 챔피언에 등극한 타이거 우즈. 골프황제가 탄생했다고 난리가 났지만 정작 타이거는 자신의 엉성한 스윙 폼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코치인 버치 해먼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날부터 버치는 혹독한 ‘타이거’ 조련사가 됐습니다. 최고 대접을 받던 명코치였지만 직접 골프가방을 메고 선수의 모든 경기를 따라 다녔습니다. 골프는 옛날 습관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운동입니다. 연습경기 때마다 똑 같은 주문을 50∼100번씩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술을 익힐 때 그 전 기술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기 전에는 절대로 다음 기술로 넘어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1999년 바이론 넬슨 클래식을 준비하던 어느 날 우즈가 휘두른 스윙이 기가 막히게 맞았습니다. 그 동안 피땀 나게 연습한 목표대로 아주 자연스럽고 폭발적인 타격이었습니다. 타이거와 버치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러나 다음 스윙은 실망스러웠고 그 다음도 마찬가지. 한참 후에야 다시 멋진 스윙이 나왔고 또 맘에 안 드는 스윙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해 타이거 우즈는 여섯 게임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 황제의 장기 집권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주일 열심히 운동했건만 허리살이 하나도 안빠졌다고 투덜대는 주부님, 방학동안 영어공부만 했는데 토플점수는 더 안나왔다고 한숨쉬는 형님. 타이거 우즈 같은 천재도 버치 같은 명코치가 일 년여를 그림자처럼 붙어 다녀야 대박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수고하세요. 글쓴 이 : 이규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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