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말썽쟁이울아들누가좀말려줘요

입력 2009-0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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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 생신을 맞이해 얼마 전 혼자 친정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쟤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당신 혼자가? 천방지축 짱구보다 더 한 놈을 당신 혼자 데리고 갔다 올 수 있겠어?” 하면서 걱정했습니다. 세 살배기 아들이 워낙 말썽꾸러기라 남편이 하는 소리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데려다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버지 생신 때 안 찾아뵐 수도 없고 저는 걱정 말라며 큰소리 뻥뻥 쳤습니다. 8개월 된 둘째를 등에 업고, 큰애는 한 손으로 잡고, 그리고 또 한 손으로 가방을 끌며 일단 지하철역으로 나왔습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아들이 총알같이 뛰어 들어갔습니다. 저는 가방을 끌고 들어가며 “꼼짝 말고 자리에 앉아있어. 엄마 얼른 탈께”하며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다른 문으로 해서 지하철에서 내려버린 겁니다. 지하철 문은 닫히고 그냥 출발하고, 제 머리 속은 하얘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소리도 못 질렀습니다. 제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해. 어떡해?” 하고 있으니 앞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지금 지하철 운행하는 기장님께 말씀드리고, 다음 역에서 내려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일 앞쪽 칸으로 가서 내리자마자 기장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리 애가 바로 전 지하철역에 있는데, 저 혼자만 타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거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여쭤봤더니 그 분이 우리 애 인상착의를 물어보더니 “예 걱정하지 마시고 여기 이 자리에 가만히 계세요. 제가 다른 기장한테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마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시면서 다음 역으로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10년은 되는 거 같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진짜로 올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이라고 안 따라 오면 어떡하지? 제발 아저씨들 따라 엄마한테 오기만을 빌며 저는 다음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걱정하는 제 모습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아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아들이 왔습니다. 그 지하철 기장님께서 아들을 기관실에 태워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기관실에 탄 게 신기했는지 내릴 때 안 내리겠다며 울고불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러자 그 기관장님이 어디까지 가냐고 여쭤보셨습니다. 저는 부끄러워하며 “영등포 역에서 기차 타요. 친정아버지 생신이라 애들 데리고 가는 길이거든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어머니도 이쪽으로 타세요. 제가 거기서 내려드릴게요” 이러셨습니다. 결국 저도 같이 기관실에 타고 영등포 역으로 왔습니다. 아들 때문에 생전처음 기관실에도 다 타봤답니다. 그렇게 도와주는 분들 안 계셨으면 제가 아들을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아들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영등포 역에서 목포행 기차 탔을 때도 기차 칸을 자꾸만 돌아다녀 저를 무척 애먹였습니다. 거기다 저희 좌석에 어떤 아저씨가 앉으셔서 자기 자리라며 막무가내로 나오셔서 제가 몇 정거장은 그냥 서서 갔습니다. 중간에 차장님이 오셔서 제 티켓과 그 아저씨 티켓을 동시에 확인하고, 아저씨가 다음 칸으로 가야한다고 얘길 해주셔서 겨우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답니다. 저희 자리에 앉아 계셨던 그 아저씨는 제가 표 좀 보자고 했을 때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언성만 높이셨답니다. 그 소리에 둘째까지 잠에서 깨어 우는 바람에 제가 그 날 얼마나 고생 했나 모릅니다. 그렇게 친정에 가서 저는 아버지 생신도 잊고 몸살 때문에 자리에 눕고 말았답니다. 이제 우리 애 둘만 데리고 저 혼자 어디 가는 일,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 인천 만수 | 주금옥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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